설 대목 붐비는 전통시장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오전 광주 북구 우산동 말바우시장이 명절 대목을 맞아 제수용품을 구입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애리 기자

“수산물은 그나마 가격이 괜찮아서 살만한데, 채소랑 과일은 너무 비싸서 구입할 엄두가 안 나네요.”

설 명절을 일주일 앞둔 22일 오전 9시께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은 제수용품을 준비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장날이기도 한 이날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두툼한 패딩과 마스크 차림으로 손수레 또는 캐리어를 끌면서 시장 구석구석을 누볐다.

상인들은 저마다 “생물 낙지, 석화도 있어요! 구경하고 가세요!”, “A급 매생이, 장흥에서 올라왔습니다!”라며 목청을 높였고 발길을 옮기던 이들은 잠시 멈춰 석화, 꼬막, 명태포 등을 살폈다.

그 와중에 한 수산물 좌판에서 “조기는 오늘 15마리에 3만원, 병어는 5마리에 3만원이요”라고 외치자 장을 보던 몇몇이 목소리를 향해 이동했다.

북구 각화동에서 온 김옥영(70대·여)씨는 “2주 전 병어 한 마리 가격이 2만원이어서 못 샀다가 오늘 보니 가격이 많이 내려 몇 마리 구매했다”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장을 보러 오면서도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수산물이라도 좀 저렴해서 다행이다”고 웃었다.

반면 채소나 과일 코너에서는 구경하는 이들은 종종 있어도 선뜻 지갑을 여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한 시민은 “꽈리고추 한 봉지가 5천원이요? 왜 이렇게 비싸요?”라고 상인에게 되물었고, 해당 상인은 “그러게요. 요즘 채솟값이 정말 많이 올랐어요”라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사과(부사) 3개와 배 2개 가격이 각각 1만원에 달해 “너무 비싸다”며 구입을 포기하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동구 계림동에서 온 이영순(63·여)씨는 “잡채에 들어갈 시금치가 한 바구니에 3천원, 당근은 2개에 3천원이어서 살지 말지 고민이 된다”며 “가격이 오르기만 해 팍팍해 죽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시장 상인들도 한숨을 쉬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침체 장기화에 최근 불안한 시국까지 겹치면서 소비 심리가 위축돼 ‘명절 특수’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점점 차례상을 간소화하거나 아예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고, 차례상 재료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등 명절 문화가 변화하면서 전통시장 소비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0년째 채소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60대)씨는 “지난해 무더위 탓에 채소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좀처럼 안 내려간다”며 “손님도 힘들고 우리도 힘들다. 이렇게 계속 오르기만 하니 명절이 와도 예전만큼 들뜨질 않는다”고 씁쓸해했다./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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