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이 기준치 보다 수백배 초과 검출됐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시·광산구 등 관리 당국이 이를 2년 넘게 방치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시의회 박수기 의원(더불어민주당·광산구5·사진)은 15일 시의회 제334회 임시회 시정질의를 통해 “하남산업단지 지하수에서 신장암 및 중추신경계 손상을 유발하는 1급 발암물질 트리클로로에틸렌(TCE)과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이 각각 최대 466배, 284배 초과 검출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광주시와 광산구는 이미 2022년부터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안전 조치도 없이 2년 넘게 침묵하며 광주시민들을 위험에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발암물질의 지하수 오염은 인접 주거지역인 수완지구 생활용수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며 “2년 넘게 이를 방치한 행정은 무능과 고의적인 침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지하수 흐름으로 보면 오염물질은 하남산단에서 수완지구와 풍영정천 방면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주거지 내 생활용 관정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발암물질 TCE·PCE가 검출된 상황”이라며 “단순한 행정 착오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 긴급 재난 수준의 사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광주시는 2019년 ‘지하수 관리계획’을 수립해 용역을 진행한 만큼 하남산단 및 인접 지역의 지하수 오염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며 “2020-2023년 총 1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하남산단 지하수·토양오염 정밀 조사에서도 TCE, PCE가 지속 검출됐다”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지하수 측정·관리 등 모든 권한 주체는 ‘광산구’라며 책임 소재를 자치구로 돌렸다.

광주시 관계자는 “수자원 관리 계획에 따르면 광주시가 지하수 관리 계획을 수립하도록 돼 있으나 지하수는 생활밀착형 자원으로 간주돼 대부분 자치구에서 관리한다”며 “권한이 구청에 있기에 이번 사안은 광산구에서 조치할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다만 지하수 오염이 시민의 건강과 안전의 위급성을 다투는 문제인 만큼 광주시도 자치구와 함께 단기-장기적 구체 실행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등 시민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이날 사과문을 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알리는 데도 소홀했다”며 “하남산단 근무 노동자와 인근에 사는 시민들께 걱정을 안겨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전문가, 환경단체 등과 조속히 TF를 구성해 오염 확산을 막고 정화 대책을 강구하는 등 종합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며 “수완지구에서 지하수를 사용하는 187개소 전체를 대상으로 이달 안에 수질검사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변은진·이옥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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