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

광주의 역사와 민주 정신이 국악관현악과 합창, 무용이 어우러진 무대 위 ‘꽃’으로 피어난다.

광주시립국악관현악단(상임지휘자 박승희)은 2025년 마지막 정기연주회 ‘꽃’을 오는 28일 오후 7시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인다.

배우 이원종이 공연 사회를 맡아 작품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이끌어가며, ‘꽃’ 무대에 앞서 시 낭송도 선사할 예정이다.

작곡가 이건용(左), 배우 이원종

무대는 우리 음악의 전통과 현대를 가로지르는 여섯 개 작품으로 구성된다.

공연의 서막은 최성환 작곡·이석중 편곡의 ‘아리랑 환상곡’이 연다. 1976년 북한에서 작곡돼 전 세계 오케스트라가 즐겨 연주해온 관현악 곡을 국악관현악 편성에 맞게 선보이는 작품이다. 광주시립교향악단 단원 10명이 함께해 국악과 서양 관현악의 호흡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첼로 협주곡 ‘희문’은 세계문화유산 종묘제례악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첼로 수석 최승욱이 협연자로 나서며 국립국악원 출신 무용수들이 참여해 종묘의 일무를 함께 선보인다. 국악관현악, 첼로, 성악, 무용이 결합된 이 작품은 종묘제례악의 원형을 토대로 전통과 현대를 잇는 무대를 만든다.

다음 무대인 설장구 협주곡 ‘소나기’는 타악그룹 ‘판타지’와 김행덕이 함께하는 무대다. 시원한 비가 쏟아진 뒤 더욱 선명해진 풍경을 설장구와 관현악으로 그려낸다.

시립국악관현악단 창단 30주년을 기념해 위촉 초연된 ‘불의춤’은 조선대 서영 교수의 안무에 무용수 양고은의 춤사위로 완성된다.

판페라 ‘쑥대머리’는 남도 소리와 합창, 국악관현악이 결합된 작품이다. 박승희 지휘자가 작곡하고 황호준이 편곡한 이 곡은 판소리 ‘춘향가’ 옥중 대목을 바탕으로 한다. 일제강점기 국창 임방울이 불러 큰 울림을 줬던 ‘쑥대머리’를 국악관현악, 합창, 성악이 어우러진 형식으로 재구성해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광주시립창극단 소리꾼 이서희와 광주시립합창단 성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작곡가 이건용의 위촉 신작 ‘꽃’ 초연이다.

시인 김춘수의 시 ‘꽃’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이름을 불러 기억하는 행위를 통해 1980년 광주의 상처가 시간이 흐르며 숭고한 차원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음악으로 그린다. 메조소프라노, 국악관현악, 합창, 타악이 함께하는 대규모 편성으로 구성된다. 광주시립합창단 전 단원이 참여하며 메조소프라노 김하늘, 마림바 연주자 김지향, 비브라폰 연주자 강나형이 무대에 오른다.

포스터에는 김라원(농성초 3)양이 직접 그린 양귀비꽃 그림이 사용됐다. 김 양은 지난 6월 객원 지휘자로 시립국악관현악단 무대에 오른 ‘최연소 지휘자’이기도 하다. 포스터 속 붉은 꽃잎은 1980년의 피와 희생을, 노란 꽃술은 도청 앞 분수대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동심의 시선으로 바라본 광주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담아냈다.

박승희 상임지휘자는 “광주의 역사와 정신을 음악으로 다시 바라보고, 전통과 현대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울림을 시민들께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최명진 기자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