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11시께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에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이 구조돼 이동하고 있다. 267명이 탑승한 퀸제누비아2호는 신안군 장산도 남방 족도에 좌초됐다. /김애리 기자·조영권 인턴기자

“몸이 좀 앞으로 쏠리더니, 큰일이 났구나 싶었죠.”

지난 19일 오후 8시17분께 신안군 장산면 족도 남방에 좌초됐다는 신고가 접수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에 타고 있다가 구조된 김승배(40대)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전했다.

김씨와 함께 목포해양경찰서 경비함정에서 내린 승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조금 전의 ‘긴급 상황’에 놀란 마음이 아직 진정되지 않은 듯 표정은 굳어 있었다.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 19일 오후 4시45분께 제주항에서 출발해 같은 날 오후 9시께 목포항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도착까지 불과 40여분을 앞두고 퀸제누비아2호는 모종의 이유로 족도에 올라타다시피 한 채로 멈췄다.

승객 이명갑(80대)씨는 “‘쾅’ 소리가 나더니, 모두 우왕자왕하기 시작했다”며 “안내 방송도 그로부터 한참 뒤에야 나왔다”고 회상했다.

일부 승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는데, “쾅 소리가 난 뒤 배가 기울었다”, “모든 승객은 구명조끼 착용하라는 안내방송이 나와 조끼 입고 맨 위에 올라와 있다”는 등 긴박함이 엿보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체 승선원 267명(승객 246명, 선원 21명) 가운데 중·사상자는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고 접수 후 목포해경은 현장에 경비정 등을 급파해 승객 안전을 확보했고 오후 11시27분께 구조를 마쳤다.

구조된 이들은 해경 함정 등으로 옮겨타 목포해경 전용부두로 이송됐는데, 마지막에 출발한 인원들은 20일 오전 12시40분께 육지를 밟았다.

육지에 도착한 후 불편함 정도가 큰 환자들은 곧바로 병원에 이송됐는데, 구급차에 타지 않은 승객 중에서도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은 종종 눈에 띄었다.

한 승객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말도 잘 안 나온다”며 “도대체 무슨 이유로 발생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김용진 해양경찰청장은 좌초 원인에 대해 “선박 운항상 과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20일 자정 목포해경 전용부두에서 열린 긴급 현장 브리핑을 통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선장 또는 항해사의 과실로 추정 중이다”며 “항로 이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조사하고 있다. 좌초된 선박은 날이 밝는 대로 옮길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안재영 기자·목포=정해선·윤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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