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2일(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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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로 접근하는 광주 구도심 재생](8)프랑스 마르세유 프리쉬 라 벨 드 메
문화명소 된 폐담배공장, 마르세유 그늘 밝히다
100여년 지속된 공장 형태·역사 활용 주력
누구나 와서 즐기는 생활 속 프로그램 인기

  • 입력날짜 : 2017. 11.13. 20:03
프랑스 남부 도시 마르세유에 위치한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는 100여년 역사의 폐담배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운영 중인 우수 사례다. 사진은 (왼쪽부터)프리쉬의 전시·공연장으로 가는 야외 통로길, 외벽에 그려진 그래피티. ‘벨 드 메’ 담배공장으로 활용됐던 100년 전 프리쉬의 모습(위), 프리쉬 내에서 이뤄지는 전시 전경(아래).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유는 지중해 연안의 항구 도시다. 매년 여름이면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르세유에도 건축을 통해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우수 사례가 있다. 버려진 담배공장을 재탄생시킨 ‘프리쉬 라 벨 드 메’(Friche la Belle de mai)다. 지난 연재에서 소개했던 부산의 ‘F1963’과 유사한 사례인데, 프리쉬의 역사는 F1963보다 20여년 더 오래됐다.

◇프랑스 남부 우범지역 ‘마르세유’

마르세유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다. 또한 지중해 연안의 최대 항구도시이기도 하다. 항구라는 이점 덕에 마르세유는 과거 제조업이 발달한 도시였다. 점차 산업이 침체하자 마르세유는 낙후지역으로 전락했으며, 높은 실업률과 많은 이주민 노동자들로 범죄 발생률이 높은 우범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할 만한 곳이 없다는 점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이 맘껏 뛰놀 곳도 없었다. 어두운 도시만큼이나 청소년들의 마약범죄 등 각종 범죄 발생률도 높았다.

◇슬럼가에서 예술인 창작촌으로

마을의 변화를 이끈 건 바로 담배공장으로 모여든 예술인들이었다. ‘라 벨 드 메’란 이름을 담배공장은 19세기에 잘 팔리던 독한 담배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1886년 문을 열고 번성했으나 1990년 마침내 문을 닫았다.

빈 공간으로 남겨져 있던 이 곳에 연극집단 SFT(system friche theatre)가 입주하면서 갈 곳 없는 예술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게 됐다. 이들은 점차 넓은 공장을 문화를 통해 새로 꾸며갔다.

예술인들이 점점 이곳으로 모이자, 마르세유시는 12㏊에 달하는 담배 제조공장 부지를 1992년에 매입했다. 1992년 마르세유시는 일부 예술단체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했고, 2000년 이후 마침내 ‘프리쉬 라 벨 드 메’(프리쉬)란 이름의 ‘사회적 기업’ 형태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프리쉬는 여러번의 리노베이션을 거쳤지만 특히 가장 집중한 것은 ‘옛 공장의 형태와 역사를 지우지 않는 것’이었다. ‘프리쉬’(Friche)라는 이름도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공간, 폐허’를 의미한다. 즉, 옛 담배공장이었던 공간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프리쉬는 크게 3개 구역으로 나뉜다. 1구역은 도시 유적 아카이브 시설, 2구역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 시설이 들어서 있고 3구역은 1천여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작업하는 레지던시와 70여개 예술단체의 사무실, 연습장, 전시·공연장으로 활용된다. 매년 500회 이상의 문화 행사와 80여회의 워크숍이 열린다.

◇남녀노소 생활문화 향유 공간

프리쉬에서 이뤄지는 것은 거창한 문화행사만이 아니다. 뛰어놀 공간을 찾는 어린이·청소년들이 언제든 와서 즐길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농구장이나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곳으로도 활용되고, 때로는 지역 청소년들이 ‘랩배틀’을 여는 장으로도 활용된다.

또한 스케이트보드 강습, 요리 프로그램, 탁아소, 매주 열리는 장터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커뮤니티 장소로도 활용되며, 관광객이 많은 여름철에는 매주 금·토·일요일 마다 특별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DJ공연, 살사 댄스, 영화 상영, 피아니스트의 연주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열리는 프로그램을 즐기기 위해 매일 2-3천명의 관람객이 다녀간다.

또한 예술가 그룹들은 워크숍, 리허설 스튜디오 등을 소규모로 운영하기도 하고 지역 라디오 방송국도 프리쉬 내에 운영 중이다.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프리쉬

이주민 노동자, 부랑자, 걸인들의 집합소였던 프리쉬는 20여년 만에 마르세유 최대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렇게 된 데는 예술가 그룹의 자발적인 움직임과 마르세유시의 적극적인 지원 덕에 가능케 됐다.

예술가 그룹들의 주도적 활동을 시작으로 마르세유는 문화를 통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2013년엔 유럽문화수도로 선정되는 등 폐산업시설에서의 문화 부흥을 꾀해갔다.

프리쉬는 슬럼화된 도시에서 지역문화 활성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을 받는다. 자연스레 문화교류를 이뤄내면서 도시의 이미지가 개선됐고, 이로써 관광산업이 성행하는 등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큰 성과까지 얻게 됐다.

아래로부터 시작된 프리쉬의 우수사례를 보며, 광주폴리 사업의 발전 방향도 힌트를 얻는다. 관 주도로 시작했으나, 결국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다. 아름답고 독특한 건축물에 지나지 않고, 실질적으로 지역민 누구나 사용가능한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다.


“일상 파고든 문화…밝아진 도시”

살바드 카스테라 라프리쉬 가이드

“프리쉬(프리쉬 라 벨 드 메)의 특징이자 장점은 지역민이나 관광객 할 것 없이 아무 때나 와서 이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데 있어요.”

살바드 카스테라(Salvade Castera) 라 프리쉬 드 라 벨드메 가이드는 이같이 설명했다.

“마르세유가 매년 여름 바캉스 시즌이 되면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유명한 도시인만큼 프리쉬는 여름 프로그램을 알차게 준비해요. 거창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 하는 것보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편하고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요. 맥주와 음악을 즐기는 축제, 야외 영화상영회 등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다양하죠.”

꼭 관광객이 여름이 아니더라도 프리쉬에선 매일 지역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리쉬에선 지역 라디오방송국이 운영 중이어서 매일 지역 소식이 전파를 타기도 하고, 주민들은 여기서 야채 시장을 열기도 해요. 프리쉬의 빈땅을 이용해 정원을 가꾸는 분들도 있어요. 또한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청소년들, 어린이들이 함께 모여 그림을 그리는 등 다채롭죠.”

프리쉬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떻게 기여하는 지에 대해서도 답변했다.

“빈민가·우범지대로 알려졌던 마르세유란 도시가 프리쉬 덕에 조금 더 밝아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프리쉬 직원들은 사람들의 삶에 공간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 가장 많은 연구를 합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놀 공간을 만들어주고,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이 문화를 통해 조금 더 윤택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죠.”

/프랑스 마르세유=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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