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전통식품인 ‘김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반지(김치)’와 같은 지역 향토음식들이 전통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계승과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첫 김치류 ‘식품명인’이 탄생했다. 그 주인공은 대한민국 식품명인 제76호로 지정된 광주의 오숙자(77·여) 명인이다. 오 명인은 전국 84명의 식품명인 중 전국에서 6번째로 김치류(반지) 명인증서를 받았으며, 광주·전남으론 최초다.

오 명인은 “김치종주도시인 광주에서 첫 김치 명인으로 지정받게 돼 무척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앞으로도 남도 향토음식만이 가진 고유한 맛과 가치를 널리 알리고, 그동안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던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을 발굴하고 보존하는데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김치 부문 ‘반지’로 식품명인 반열에 오른 오 명인과 반지와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주군 삼도면 나주 오씨 집성촌에서 2남5녀 중 셋째로 태어난 오 명인은 어린 시절 친정 할머니로부터 반지를 담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고 자랐다. 과거 사랑채와 안채, 별채 등의 독립 공간으로 분리된 한옥에서 생활했던 그는 “그 공간마다 먹는 음식의 차이가 있다”며 “사랑채의 경우 집안 어르신과 그 손님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보통 간이 새지 않는 음식을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찬으로 먹는 김치의 종류와 그 간의 정도가 다르다”며 “배추김치와 물김치의 반반형태인 이 반지를 사랑채에서 자주 드시곤 했다”고 소회했다.

그는 이어 “대중들이 흔히 알고 있는 일반 김치와 달리 반지는 맵거나 짜지 않고, 사이다처럼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며 “김치에 들어가는 젓갈로는 동백하젓만을 넣어 감칠맛을 더하고, 20여 가지의 소를 배추에 버무리는 것이 아닌 조금씩 바르기 때문에 정성을 더 쏟아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양지육수와 생무즙, 생배즙 등 4가지 육수를 사용해 맛을 내기 때문에 소금을 넣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라도 나주지역의 대표 향토음식이었던 반지는 세월이 흐르면서 기억 저편으로 잊혀질 듯 했다.

오 명인은 “레시피가 기록된 지금과 달리 예전에는 향토음식 대부분이 그 지역 사람들의 기억으로 전해져 내려오기 때문에 한국 음식 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하지 않으면 그 맥이 끊길 수밖에 없다”며 “1997년 당시 고(故) 황혜성 교수로부터 반지 담는 과정을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아 소개하고, 이후 황 교수 장녀인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원장이 집필한 ‘우리가 알아야 할 김치 100가지’ 책에 수록돼 그동안 잊혀졌던 반지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지 외에도 해남지역의 검들김치부터 부추김치, 미나리김치, 갓물김치까지 향토음식이 무궁무진하다”며 “젓갈문화와 저장기술이 발달된 전라도 김치는 전통성과 문화적 가치가 높기 때문에 원형 그대로 보전하고 후대에 전하는 작업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명인은 “고유한 맛과 장점을 골고루 갖춘 남도 향토음식 김치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데 동참하고, 한국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매진하겠다”며 “김치종주도시인 광주의 위상을 높이고 김치 발전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최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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