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21일(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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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친일잔재 조사’ 제대로 마무리 하려면
이경수
광주매일신문 상무이사

  • 입력날짜 : 2019. 01.14. 19:07
2019년 기해년(己亥年)새해를 밝히는 태양이 무등산 위로 힘차게 솟아 오른지 벌써 보름이 지났다. 해마다 새해가 되면 국가나, 자치단체나, 개인이나 모두 새로운 희망을 갖고 새로운 계획을 세운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굵직한 일들로 궤적을 새겨 놨기에 역사를 되새기고 그 의미와 가치를 찾는 작업에 소홀히 할 수 없다.

먼저, 2019년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대한민국 건국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안중근 의사 의거 110주년을 맞았다. 더불어 광주학생항일운동 90주년이다. 한말 전라도 의병 말살작전이었던 ‘남한폭도대토벌작전’ 1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2019년은 ‘역사의 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사실들이 모두 일본과 연관돼 있다. 일본제국주의의 한반도 침략과 이에 대한 대응에서 비롯된 역사이다. 한마디로 일본의 강점에 죽음을 각오하고 맞선 ‘항일투쟁’이 전부이다.

이렇게 그 의미가 큰 ‘역사의 해’이기에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당연히 대대적인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광주시는 대규모 광주3·1운동 재연행사와 학술대회를 열기 위한 공모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3·1운동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고 독립운동 역사현장 탐방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광주시는 최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용역사업을 진행했다. 며칠 전 최종 보고회를 가진 ‘광주 친일 잔재 조사’ 용역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용역사업은 언론의 문제제기로 시작됐다. 광주에 친일인물의 선정비가 버젓이 있고, 친일 행위자의 호를 딴 초등학교명이 존재한다는 지적에 광주시가 현황조사에 나선 것이다. 광주시는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언론계 등 각계 전문가들로 친일잔재TF를 구성하고 현황조사 및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광주 친일잔재 조사’ 용역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12월말까지 150일간 진행된 연구용역을 통해 부끄러운 실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용역팀은 친일인물과 친일인물 관련 잔재물, 그리고 광주에 있는 식민잔재 시설 등 크게 3개 분야로 나눠 현황을 조사, 정리하고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친일인물과 관련해서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행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4천389명 가운데 광주지역 출생·출신 인사는 13명, 전남은 143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군수, 일본군위안소 운영자, 판사, 고등경찰, 중추원 참의 등을 지냈다. 친일 인사 가운데 상당수는 해방 이후에도 버젓이 광주고등법원 법원장과 전남도 관찰사를 비롯해 도지사, 교육감, 전남도 경찰부 경찰청장, 경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영달을 누렸다.

친일인물 관련 잔재물도 광주 이곳저곳에 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독립운동의 시발지인 광주공원내 여러 사적비를 비롯해 광주향교 비각, 원효사 부도비와 부도탑, 남구 양파정 현판 등 곳곳에 친일인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심지어는 전남대학교 교가를 비롯한 다수 학교의 교가가 친일인사에 의해 작곡됐음에도 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제창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시는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광주 친일잔재 TF팀의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올 상반기에 친일잔재 청산 및 활용방안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여하튼, 해방 이후 7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친일 잔재물이 이렇게 우리의 생활주변에 남아 있다는 것은 우리가 무지했거나 책임을 방기한데 따른 결과라고 자책할 수 있다. 따라서 기왕에 전수조사를 통해 현황을 파악했으니, 이제는 철저한 청산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후손들에게 더 이상 부끄러운 잔재물을 남겨서는 아니 되기 때문이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오욕으로 되풀이 된다. 대한민국의 과거는 청산하지 않은 역사로 점철돼 있다. 부끄러운 역사가 제대로 된 청산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살아남아 지금 이 순간도 망령처럼 민족의 정기를 해치고 있다.

‘2019년 역사의 해’가 지금 우리들에게 던져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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