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9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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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에서]우리 우리 설날은

  • 입력날짜 : 2021. 02.18. 19:12
김종민 논설실장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우리 민족 고유의 설 명절은 들뜨고 설렌다. 도란도란 모여 앉은 가족들이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웠다. 한 상 가득 음식에 배를 불리고 이웃한 관광지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꽤나 여유 있었다. 그 땐 그랬다.

올해는 많이 바뀌었다. 지난해 추석에 이어 기세등등한 바이러스, 코로나19 탓이다. 5인 이상 모임 제한으로 가족 간 만남 마저 어처구니 없게 금지됐다. 지친 몸과 마음의 영원한 안식처 고향가는 길, 막혔다. 매우 불편하고 불안했다.

연휴가 끝나면서 두 달 이상 지속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하향 조정됐다. 국민 모두의 묵묵한 인내가 따랐기에 당국은 한숨을 돌렸다. 이달 말부터 백신 접종이 이뤄질 테고 치료제 개발에 대한 희소식도 들린다. 집단면역을 통해 바이러스와 전쟁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도 이게 다는 아니지 싶다. 언제나처럼 또 새로운 위기가 닥치는 때문이다. 코로나 보다 더 두렵고, 더 치명적인 인구 소멸의 블랙홀로 대한민국이 지금 빨려들고 있다. 현재로선 백신도 치료제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진즉 예견됐다.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와 일자리 감소로 인해 살기 힘들어진 농어촌 주민들이 고향을 등지면서 오늘날 수도권과 대도시 인구 집중을 불러왔다. 이에 눈덩이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바늘구멍 같은 취업난이 예삿일이 되면서 출산율 저하로 이어졌다. 코로나 확진자의 80% 상당이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실도 아이러니다.

지난 2020년 신생아는 30만명이 붕괴돼 역대 최저치인 27만5천815명이다. 10.6% 감소율로 40년 후에는 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에 머물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 보다 많아지면서 자연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의 시작이다. 상황은 악화할 전망이다. 코로나 사태로 젊은 층이 결혼, 출산을 미루면서 아기 울음소리 듣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위험지역에 포함된 전남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하듯 현금성 지원을 펼치고 있음에도 제로섬 게임 양상이다. ‘먹튀(먹고 튀었다)’ 시비까지 한계에 다다른 모습이다. 정부도 2006년부터 작년까지 저출산 극복에 200조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했으나 단기적 땜질 처방이라는 지적이 우세한 편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그 땐 그랬다. 그런데 이대로 암울한 미래가 계속된다면 우리 설날은 내년, 내후년…, 영영 사라질 수 있다. 한 자리에 모일 가족과 명절의 실종이다. 민족 대이동의 장엄한 풍경이 과거의 유물로 남는다. 대한민국의 붕괴다.

설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 첫 아침을 맞는 날이다. 조상들에 정성껏 차례를 올리고, 풍성한 제수음식을 배불리 먹고 세뱃돈까지 두둑히 받은 아이들은 신이 났다. 설은 여느 날과 달랐다. 삼국사기에는 백제에서 261년 설맞이 행사를 했으며, 신라는 651년 정월 초하룻날에 왕이 조원전에 나와 백관들의 축하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설은 태어난 곳으로 회귀해서 가족과 한데 어울리고 싶은 민족의 무의식에 녹아 있는 존재의 뿌리, 근원을 일깨운다. 바쁘고 고단한 모두에게 위로와 희망이어야 하는데, 이제는 아니다. 사는 것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명절의 분위기도 차츰 움츠러든다. 이래저래 씁쓸한 후일담이다.

더 늦기 전에 인구 소멸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우리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가 뒷받침돼야 할 때다. 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또 같이, 효용성을 높이는 맞춤형 전략 마련을 위해 바짝 손 잡아야 한다. 일부에서는 출산과 양육, 교육, 일자리까지 망라한, 생애 전 주기에 걸친 돌봄 시스템 구축 등을 거론하기도 한다.

국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 정상적인 국가 경영을 위한 핵심 국정기조로 삼아야 하는 이치다. 레임덕 논란 속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임기가 다하는 날까지 독립적 인구부처 신설 등 새로운 변곡점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균형 발전 뉴딜의 원대한 청사진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들어설 차기 정부도 마찬가지로 역사의 소명을 올바로 계승해야 한다.

늘 그랬다. 5천만 한 민족은 저 멀리 고조선 부터 숱한 풍전등화의 위기 앞에서 당당했다. 작금에도 (초)저출산과 고령화의 거대한 격랑을 거스르진 못해도 속도를 줄이고, 멈출 수 있다. 국가의 제 역량을 쏟고 쏟아야 하는 즈음이다. 우리 후손들에게 명절이 잊혀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곧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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