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복 품자주자시민들 대표회장/조선대 법학과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2022년 내년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한국 지방선거의 특징은 지역에서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중앙정치의 영향에 좌우되고 지방선거가 지역의 행사라기보다는 중앙정치의 대리전이 되어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저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지역의 현안 이슈보다 정권심판론 같은 중앙정치 이슈가 더 지배적이며, 지역주의 정당지지에 의해 일당지배적인 독점적 구조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남 호남 지역주의가 각급 지방선거의 후보 득표율에 미친 영향을 보면, 영남의 지지정당(국민의 힘)과 호남의 지지정당(더불어민주당)에서 영호남 지역주의 후보 득표율은 다른 후보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집행부와 지방의회 의원들의 소속 정당이 동일하다시피 한 일당지배적 독점적 정당지배구조에서 과연 비판과 견제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심스럽다.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현상은 두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지방의회의 활동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중앙정치에 함몰되는 지방선거가 지방자치의 자율성을 저해하는 현실은 통탄할 일이며, 최소한 기초자치단체에서라도 정당공천제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점점 지방선거에서 정당요인보다는 인물요인과 공약요인의 상대적 영향력이 크다는 연구도 있어 고무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지역주의 영향을 빼면 각급 지방선거에서 현직 후보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불법 수의계약, 음주운전, 업무추진비 유용, 부동산 투기의혹 등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를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다. 민의를 대변하기 위해 의회 의원을 뽑는 대의정치의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 지역정치인들은 중앙당에 잘 보이기 위한 노력 보다, 지역주민들의 민생 현장 문제들을 보듬어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는 민주주의 기본이다. 주민자치는 일상의 생활을 주민들과 협동해서 해결하자는 것이다. 자치가 민주적 의사결정과 지역사회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지역에서 생산 소비해내는 지역순환경제 내지 사회연대경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읍·면·동에서 활동을 하면서 문제의식 있는 사람들이 구의원과 시의원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마을활동가에서 출발해서 경험과 훈련을 거쳐 지방의원으로 진출하는 성장 트랙이 형성되면 좋겠다.

정치가 중요하다. 우리 마을에서, 우리 지역에서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가장 절실하고도 중요한 지에 대해 정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즉 가치에 대한 권위적 배분이 정치인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시민들은 정치무관심을 넘어 정치에 대해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정치가 시민들에게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싸움정치, 이권 정치, 패거리 정치를 일삼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시민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민원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사하고 연구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정치인은 정녕 없다는 말인가?

인간의 본성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담론이 가능하겠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규명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는 명제를 던졌다. 대의민주주의의 대안으로서 풀뿌리민주주의는 현장에서 참여하면서 행정에 대해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풀뿌리는 얽혀져 있다. 마을에 오래 살면서 주민들 사이에는 상호작용을 통해 신뢰가 생기고, 내가 도와주면 이웃도 언젠가는 도와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호혜의식, 관계망이 생겨 이른바 사회적 자본이 발생한다.

민주주의가 작동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 주민자치를 통해 마을공동체에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된다. 마을활동가로 마을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는 일군이 구의회로 진출하고 구의회 의원의 다시 시의회로 진출하고, 단체장으로 진출해서, 주민자치를 통해 마을민주주의 내지 풀뿌리 민주주의가 활성화되기를 간절하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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