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아이클릭아트

지난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정모(29)씨의 최근 최대 관심사는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다.

올해 연봉 인상 수준이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거의 제자리걸음이라 정씨는 기존에 관심이 없었던 생활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를 발급 받고, 보다 저렴하게 생필품을 구매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등 허리띠를 있는 대로 졸라 매는 데 갖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지난해 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의 최대치를 기록함에 따라 사람들의 소비 패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올해 역시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짠테크’ 등 지출을 줄이는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신용카드 비교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2022 세계 신용카드 트렌드 결산’에 따르면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高 시대’에 열요금, 전기요금 등 기초생활요금 등이 잇달아 인상되자 3분기를 기점으로 공과금 및 생활비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들이 급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한 해 전월실적 관계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혜택을 주는 ‘무조건 카드’는 10위권 중 절반인 5종이었으나, 2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 2021년 대비 무조건 카드의 숫자는 11종(2021)에서 8종(2022)으로 줄었다. 반면 유가 상승으로 인해 주유 특화 카드인 ‘신한카드 Deep Oil’(19위), 물가 상승으로 인해 공과금 특화 카드인 ‘롯데 LOCA 365 카드’(8위), ‘하나 1Q Daily+’(20위) 등이 새롭게 차트에 진입했다.

이를 반영하듯 전체(100%) 검색 가운데 통신(12.4%)이 최다 비중을 차지했다. 가장 쉽게 줄일 수 있는 생활비부터 줄이자는 경향이 반영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 갑작스러운 유가 상승으로 인해 주유 혜택을 검색하는 이용자도 전년 동기 대비 50% 증가했다. 이에 ‘주유’는 ‘통신’에 이어 카드고릴라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혜택에 랭크됐다.

이 밖에도 쇼핑(10.2%)에 이어 마트·편의점(9.6%), 교통(8.8%) 등 생활 속 소비와 밀접하게 닿은 혜택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고승훈 카드고릴라 대표는 “지난해 세계 신용카드 트렌드는 국가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포스트 코로나’와 ‘고금리’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올해도 공과금, 마트 등 생활비 혜택을 주는 카드가 인기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물가가 올해까지도 지속됨에 따라 올 소비 트렌드도 기존 씀씀이보다 더 축소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전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고객 소비 데이터와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해 2023년 소비 트렌드 키워드로 다름을 인정하고 변화를 수용하는 삶의 방식의 시대상을 담은 ‘co-EXIST(공존)’를 제시하며, 이에 따른 다섯 가지 세부 키워드 중 하나로 ‘소비 디톡스의 시대(Era of Consumption Detox)’를 언급했다.

소비 디톡스 시대는 단순 소비를 줄이는 것 뿐만 아닌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보다 가성비있고 현명하게 소비하려는 생활 모습을 의미하는 말로, 예컨대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의 이용이 증가하거나 필요한 쿠폰과 불필요한 쿠폰을 매매해 수익을 올리는 모바일 쿠폰 거래 플랫폼의 이용이 증가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신한카드 고객의 지난해 1-9월 유통기한 임박 식품몰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이용 건수는 22%, 이용회원 수는 17%, 이용금액은 10% 정도 각각 증가했다. 모바일 쿠폰 거래 플랫폼 이용 건수도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약 18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기간 소셜데이터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소비 디톡스와 관련된 단어인 ‘반값’ 언급은 12%, ‘앱테크’는 46%, ‘무지출 챌린지’는 864%나 각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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