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실作 ‘충장무등일월도’

서채은作 ‘월남동2’ <주안미술관 제공>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지금 이곳, 이 자리는 누군가의 수많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낡고 부서져 새롭게 단장될지라도 과거에 있었던 자리는 저마다 기억의 장면들로 채워진다. 똑같은 장소에서 각자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이는 순간순간의 장면들은 어떤 모습일까.

주안미술관은 오는 31일까지 광주 동구 아카이빙 전시 ‘기억의 자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광주 동구에서 시행하는 2023 미술관박물관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마련됐다. 광주 동구 지역을 대상으로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공간을 기억하며, 그동안 잊고 지낸 소소한 일상의 순간과 존재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전시에는 서영실, 서채은 2명 작가가 참여한다.

동구를 바라보는 작가들의 기억 속 장면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공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평면 회화와 설치작품, 어반스케치로 기록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인시장, 충장로, 무등산, 광산동, 서석동, 산수동 등 잊혀지고 사라지는 장소들이나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소소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서영실 작가는 서구 문화와 한국 전통문화 사이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이자 화가로서 자신이 숨 쉬는 공간에 대한 정서적 괴리감을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세월이 흐르면서 구도심을 중심으로 변화한 사회적 풍경을 관찰하며, 사라져가는 건물 그리고 동물들의 모습을 기록한다.

평면 작품의 경우 아크릴 물감을 30여회 레이어드시키고 조각도로 건조된 물감을 깎아냈는데, 이는 현재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로써 질감의 느낌을 통해 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느끼게 한다.

서채은 작가는 길거리 풍경 스케치를 하는 ‘어반스케치’(Urban Sketch) 작가다.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며 손으로 그대로 종이에 담아내는 작업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는 동구 지역의 낡고 허름한 집이나 건물을 대상으로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순간들을 수집하면서 장소마다 풍경을 기록했다. 단순히 장소뿐만 아니라 사람이 담긴 어반스케치는 사진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그 순간을 따뜻하게 전한다.

송진주 주안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광주 동구라는 지역적 공간을 중심으로 저마다 가진 추억과 감정을 공감하면서 소소한 행복의 소중함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억의 자리’ 입장료는 무료이며, 전 연령 관람 가능하다. 자세한 정보는 주안미술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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