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폭염의 영향으로 가을철 대표 생선으로 꼽히는 전어가 보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적이 있지만 사정이 더욱 악화돼 상인과 소비자 모두가 울상이다. 거래 가격이 급등해 파는 것도, 사는 것도 어지간히 부담이다. 고소한 맛이 일품으로 흔하면서 값이 싸 서민들이 즐겨찾는 가을 전어마저 ‘귀하신 몸’이 됐다.

수협중앙회 광주공판장에 따르면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전어 반입 물량은 2020년 20.89t, 2021년 17.28t, 2022년 11.97t, 2023년 18.52t이었고, 올해(1월1일-10월20일 기준)는 11.19t를 기록했다. 감소 흐름이 이어지는 추세로 경매가도 1년 전보다 1만원 이상 상승했다. 수산시장과 대형마트 등 유통가는 비명이다. 간간이 물량이 더 들어온다 해도 손님 확보가 어렵다. 가을철 매출의 일등공신이나 영 재미를 못 보는 상황으로 아예 취급을 포기한 상인들도 있다.

가을에 먹어야 제일이라는 전어다. 산란기인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이 되면 월동 준비를 시작해 먹이를 많이 섭취해 살이 오르고 지방 성분이 풍부해져 육질이 더 부드럽고 고소하다. 그 맛이 뛰어나 사는 사람은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지만 품귀현상이 심각하다. 아열대성 어종 전어는 14-27℃ 사이 수온에서 서식하며 서·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데 바닷물 온도가 오르면 폐사 비율이 높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 해역 평균 해수면이 27도 이상을 기록했다니, 예년과 분명 달랐을 터였다. 실제로 여름부터 어획량이 증가하고 가을에는 오히려 급감했다. 심상찮다.

이젠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한 되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속담이 무색해질 판이다. 기후변화로 여름이 점점 빨라지고 폭염 일수가 늘면서 바다 환경도 변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이전에 없던 어류가 발견되곤 한다. 전어의 주 서식지도 북상하고 있다. 비단 전어 뿐만 아닐 것이다. 관계당국은 소중한 수산자원 보존에 비상한 각오로 나서야 할 때다. 어민 생계가 위협받고, 불경기와 고물가 속에 시민들 먹거리도 불안하다. 제철에 보기 힘든 전어다. 한숨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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