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요즘 남도의 젖줄, 영산강 일대의 녹조가 악화되고 있다. 수온이 상승하면 더욱 더 기승을 부리는 녹조는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되겠다는 기상예보에 따라 앞으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강을 살리겠다며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벌인 이른바 4대강 사업 이후 영산강의 녹조현상이 연례행사가 돼 버렸다는 점이다. 정부의 4대강 사업이 끝난 지난 2012년 이후 4년째 연속 승촌보 일대 영산강은 마치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한 녹조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한 달 앞선 지난 5월 초부터 녹조현상이 시작된 이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두 달여 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물의 흐름이 정체된 곳은 오염을 상징하는 큰빗이끼벌레가 발견돼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승촌보 일대는 산소 공급이 막혀 폐사된 물고기들이 곳곳에 떠 있는 실정이다.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좀개구리밥이 발견된 곳에서는 죽은 물고기와 함께 심한 악취로 숨을 못 쉴 지경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녹조 문제를 해결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관계당국은 골머리만 앓고 있다.

승촌보·죽산보 등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는 응급대책의 일환으로 녹조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소형 보트를 이용해 녹조 분산을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거의 미미하다. 수면을 보트로 쓸어 강물을 순환시킨다는 복안이지만 죽산보-승촌보 20㎞ 구간을 휘젓고 다니기엔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고인 물은 썩을 수 밖에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토대로 물을 흐르게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4대강 사업 이후 대대적인 공사를 벌였던 강들 모두 오염도가 높아졌다는 분석결과가 이미 나온 마당에 주저할 일이 뭐 있겠는가.

영산강은 호남의 젖줄이며 삶과 문화·역사의 토대이다. 녹조로 신음하는 영산강,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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