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가 지난 주 막을 내렸다. 많은 축제들이 10년을 넘어가면서 철학의 빈곤과 자생력 부재 등으로 인한 축제 피로도가 쌓이고 참신성이 떨어지거나 축제 간 차별적인 요소가 줄어들고 있다. 스무살을 갓 넘긴 충장축제가 올해 보여준 것은 무엇일까. 어떠한 맛과 멋, 품위, 재미, 클라이막스를 보여줄까 살짝 설레임을 가지고 찾았다. 충장축제는 이미 광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거대한 도시문화의 숲을 지키는 중심역할을 해 왔다는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함께 참여…2024-10-10 19:45

시장에 가면 그 나라의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학교를 방문하면 역시 그 나라의 교육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이나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축제현장이다. 핫 플레이스에 모여드는 사람들, 즐비하게 늘어져있는 수많은 가게들, 볼거리, 먹거리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다. 그렇다. 지역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장 주효한 곳 중 하나는 지역의 축제다. 우리는 축제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축제가 얼마나 지속되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지 못지 않게 유형의 경…2024-09-26 19:28

이제 곧 10월이다. 늦더위에 몸은 물론 마음까지 고실라질 거 같지만 이 더위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터다. 머잖아 가을이 성큼 다가들 거다. 가을의 문턱에 서면 언제나처럼 우리들의 청춘이 떠오를 거다. 그 청춘의 시절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 충장로다. 옛 기억을 떠올려 본다. 우다방과 충장로 거리가 인파로 넘실댔더랬다. 그 사이를 비집고 달음박질치며 우리에게로 달려드는 추억의 편린들, 그 조각들을 소중하게 보듬어낸 축제가 있다. 바로 충장축제다. 그 축제가 올해로 벌써 스물 한번째를 맞이한단다. 성년을 지나고…2024-09-19 19:40

어떤 작품을 그릴까, 어떤 작품을 내놓아야 시민들과 교감할 수 있을까. 몇 번이나 망설이고 고민한 끝에 붓질을 한다. 미술 마니아 만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관심을 이제 막 갖는 초보자들에게도 스며들면 좋겠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면서도 일반인들의 보편적인 미감을 건드리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런 마음으로 붓을 든다. 나의 정체성, 신문지를 활용하여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화면 구성이다. 섬과 꽃을 형상화한다. 아무리 작은 소품이라도 정성을 다해 밑그림을 짜고 그 구상을 붓으로 형상화한다. 이런 저런…2024-09-05 19:27

시골에서 혼자 지낸지가 10년이다. 집을 지은 뒤 텃밭을 가꾸는 노동은 힘들다. 그러나 노동이 문제인 것은 아니다. 노동이야 조절하면 되지만 정작 힘든 것은 외로움과 허무였다. 하루 이틀은 혼자서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엔 뭔가 이상해지며, 이게 뭐지 싶다가 점차 이게 외로운거라는 걸 알게 된다. 음악감상, 산책, 독서 등을 하면서 이겨나가려 노력해보지만 그리 만만치 않다. 시골에서 혼자하는 취미활동이란 게 도시에서의 활동과 다르다. 날씨나 분위기에 따라서 또 그날 읽은 책의 내용에 따라서…2024-08-15 17:51

“적당히요?” 결혼하고 요리를 배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적당히’란 말이었다. 콩나물무침에 소금을 얼마나 넣어야 하냐는 물음에도 적당히, 묵은지 조림을 하기 위해 김치에 있는 김칫국물을 얼마큼 짜내야 하냐는 물음에도 적당히, 잡채에 들어갈 양파와 버섯을 얼마큼 볶아야 하냐는 물음에도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적당히’였다. 요리에 간장을 넣으라는 말도 어렵기만 했다. 진간장, 양조간장, 조림간장, 멸치액젓 등 간장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지. 간장 맛이 다 그게 그거겠지 싶어, 마음대로 선택해 넣었다가는 이 맛…2024-08-08 20:19

사회복지계에서 일을 하다 보니 다양한 삶을 만나고 경험하게 된다. 그 중 먹먹한 기억으로 오랫동안 각인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만났을 때다. 오래전에 만났던 고등학생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 부모님을 대신해 자길 키워주신 할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녔다. 얼마 전 만난 스무 살의 풋풋한 친구는, 자신과 단둘이 사는 동생을 위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일터에 뛰어들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들의 대답은 거짓말처럼 똑같았다.“당연히 해야죠.” 이처럼 돌봄을 받아야 할 시기에 오히려 가족을…2024-07-19 09:45

저녁 7시, 둥둥 북소리가 울린다. 진도에서의 풍경이다. 진도는 문화예술특구지역이어서 면단위마다 문화전수관이 있다. 지산면 전수관을 찾았다. 수강생이 얼마나 될까. 그런 의구심이 사라졌다. 청소년, 청년, 노인은 물론 일과를 마친 중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예술에 탐닉해 있었다. 얼추 20여명의 주민들이 구음 장단에 맞춰 몸동작을 하느라 열기가 후끈했다. 동네 사람만이 아니라 면소재지에서 한참 떨어진 소포리, 심지어 광주에서도 온단다. 대부분은 요일별로 진행하는 진도 만장, 들노래, 북춤 등 전수관에서 하는 모든 프…2024-07-11 19:30

광주 선교 12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1904년 이후 광주에선 ‘하나님 사랑 이웃사랑’, 그리고 ‘광주 사랑’을 실천하고 살다간 이들이 적잖다. 유진벨, 헌트리 선교사,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최흥종, 강순명, 오긍선, 이준묵, 이현필, 남궁혁, 김함라, 김마리아, 김필례, 박순이, 조아라 등의 인사가 그들이다. 어떻게 해야 그들의 유업을 기릴 수 있을까. 1904년을 기점으로 광주에 기독교의 복음(진리의 빛)이 전파됐다. 선교사들은 근대 학교와 근대 병원을 세워 광주에 근대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양림동의 오웬기념각이 빛고을 …2024-06-27 19:22

퇴직 후 홀로서기 10년 동안 무우청 말리기 등 소소한 일에서 페러글라이딩으로 이어지는 버킷리스트가 3년 동안의 오토바이 라이딩 여행으로 마무리 됐다. 필자의 변화는 여행으로 시작됐다. 나이 숫자에 ‘0’ 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면 많이 힘들었다. 그 시간의 의미를 찾아 크고 작은 방황을 했다. 40세에 방황했다.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져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 탈출구를 찾아서 유럽 여행을 떠났다. 해외여행이 허락된지 얼마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처음 타보는 비행기가 하늘을 날았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백야를 보면서…2024-06-20 19:54

“이게 뭐지?” 어릴 적, 우연한 기회에 만난 책 세상은 신비로움이었다. 별자리 신화와 전설 속 우주 이야기, 궁금했던 우리 몸의 구조와 기능, 재미나고 엉뚱한 전래동화 등, 한 번도 체험하지 못했던 세상들이 내 앞으로 성큼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자라, 오빠가 읽다 둔 시집이나 소설집을 펼쳐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책 속 글자들을 손가락으로 꾹꾹 짚으며 몇 번이나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문구들도 많았지만, 느낌만은 좋았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사그락거리는 종이 소리에 가슴이 설레었고, 글을 따라 읽는 만큼이나…2024-06-13 19:40

우리에게 인식되는 그 무엇이든 단 한 번에 본질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사랑하면 자세히 보아지고 그렇게 담은 시간과 수고로움이 있어야만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사람과 지역이 그렇고 며칠 전 여수에서 열린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가 그러했다. 박람회는 대한민국의 남쪽 지역(local)인 전남이 세계(global)를 여수로 불러들여 지구가 당면하고 있는 기후위기와 인구소멸, AI 시대에 인간과 자연, 문명과 공생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해 보고자 마련된 것이다. 박람회에 참여한 서울 경기도지역에서 근무하는 후배이며, 인솔한…2024-06-06 20:25

홀로서기 10년 동안 날마다 새로운 날을 만들기 위해서 계획도 세우고 실천을 점검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가끔은 제 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가 해서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멀리 내다 보면 ‘공수래 공수거’여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함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자연속에서 너무나 작은 인간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의미있는 즐거운 삶을 살아야 한다. 여행 길에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대도시나 깊은 산골이나 바닷가 작은 집에서도 등불을 켜며 각자의 삶을 열심히 살고 있다. 도시에…2024-05-23 19:38

“고맙다 상추야. 미안하다, 잘 먹을게.” 어머니는 여린 상추잎을 뜯을 때마다 상추에게 말을 건네곤 하셨다. 아직은 햇살도 받고 바람도 맞으며 쑤욱쑥 자라야 하는데 아이들 먹여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뜯어야 한다며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곤 하셨다. 마당 한켠에 만들어 놓은 작은 텃밭에서 오이와 고추를 따고 빨갛게 익은 토마토 몇 알을 딸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머니는 언제나 밝은 웃음과 함께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놓치지 않았다. 암탉이 낳은 알을 꺼내올 때도 조심조심, 낚아채듯 쓱 집어 오면 안 된다고 하셨다.…2024-05-09 18:22

며칠 후면 수피아 홈커밍 데이다. 준비하는 동안 설레었다. 이렇게 가슴이 설렌 게 얼마 만인지 정말 감사한 일이다. 수피아를 졸업한지 벌써 40년이 됐다. 그리고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60여 년 전 1962년 수피아 한덕선 화학 선생님께서 미국 작가 ‘오 헨리’의 ‘20년 후’ (After 20 years)라는 단편을 소개했다. “20년 후의 나의 모습을 바라보아야 한다. 먼 훗날의 꿈이 없으면 오늘의 생활이 바를 수 없고 장래의 꿈을 가져야 한다.” 이어, “화학은 물질의 변화만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변화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라…2024-05-02 1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