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쓸쓸해도 혼자 놀아야 한대요 누군가가 보고 싶어도 그리워할 수밖에 없대요 두셋이서 어울리던 그 사람들 어디로 갔는지 신화 속 사람인 듯 가물거리기만 한대요 그리움의 거리는 가까워도 추억의 거리는 멀기만 하니 엊그제 같은 청춘이 투박한 유리창이라네요 낙담은 말라네요 혼자라도 놀다보…2024-01-08 19:21

아픔이 가끔씩 통풍처럼 찾아와 다리를 절룩거리게 하고 슬픔이 복통처럼 찾아와 가슴을 쓰리게 하고 사랑이 가시처럼 찾아와 마음을 찌르기도 하고 행복이 불륜처럼 찾아와 시간의 일탈을 부르지만 그래도 내가 넘어지지 않는 나무로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것은 태산 같은 네가 있기 때문이다 …2023-12-18 19:52

‘저 산마루 깊은 밤/ 산새들은 잠들고/ 우뚝 선 고목이 달빛 아래 외롭네.’ 언제부터였는지는 몰라도 내 18번 노래는 장욱조가 부른 ‘고목나무’다. 곡도 가사도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어 정을 떼어낼 수가 없다. 나는 노래를 듣는 것도 부르는 것도 즐기는 편이다. 듣는 것이야 남이 부른 거니까 어쩔 수 없다 하…2023-12-18 19:52

높은 산중에 둥근 꽃구름 나의 마음 흔들리며 새겨지는 사랑이었네 구름이 가려서 구름이 가려서 그리움만 키우고 있네 ▲‘문학공간’ 시 등단, ‘현대문예’ 수필 등단 ▲광주문인협회 이사, 현대문예 이사 ▲광주수필 회원, 귀향문학 회원 ▲여류수필 회원2023-12-18 19:52

두려움 없이 민주주의 실천하다 꺾어진 꽃봉오리 피우지도 못한 그 꽃봉오리들이 나뒹굴고 있구나 그 누가 이 꽃들을 꺾어버렸나 왜 무엇 때문에 저리고 시린 마음 그 누군들 느끼지 못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쓰리고 아린 가슴 이름 불러 보아도 대답 없는 그대여 영원히 잊지 못할 도저히 잊을 수 없는 …2023-12-18 19:52

고샅길 담벼락 어귀 떨고 있는 오동나무 앙상한 가지엔 은총인 양 내려와 덮인 솜꽃 이불 양송이 옹기종기 꿈꾸는 지붕마다에 숨죽인 무성화면 저 홀로 깨어 철 잊은 하얀 배롱 소복소복 피우는데 두근대는 심장 박동 부여안고 설인이 되어가던 두 사람 살며시 맞닿은 순간의 전율 섬광의 별빛은 뇌리에 새겨…2023-12-04 19:58

창문의 역할은 다양하다. 답답한 집안 공기를 맑고 신선한 공기로 순환시키기도 하고, 또 창문을 통하여 조용하고 편안한 동네를 바라볼 수 있는가 하면 함박눈 날리는 아름다운 정경도 아늑하게 볼 수 있게 한다. 문에 창호지를 새로 바르기만 해도 갑자기 방안은 환해지고 신방이 된 느낌으로 다가온다. 거기에 작은 코…2023-12-04 19:58

밤새 파도 소리에 잠이 들지 않았다 일정한 음률의 강도와 높낮음 우르릉 우르릉 낮은 땅울음 소리 억겁 같은 용트림의 순간 태초의 원점에 서 있다 죽림 해변의 일출 새 힘이 솟는다 꽉 찬 가슴속에서 울려 나오는 환희의 송가. ▲문학예술 등단 ▲광주문인협회 이사 ▲한국작곡가회 상임이사 ▲광…2023-12-04 19:58

솔치재에 가을이 오면 떡갈나무 길을 조용히 걷는다 바람에 흔들려 춤추는 억새밭 마지막 향연을 바라보며 침묵의 시간을 연다 소원을 빌며 넘어가던 고개엔 이제 돌무더기도 사라지고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도 들리지 않네 온갖 비바람에 푸르름 너울거리며 품었던 슬픔과 아픔의 흔적이 한 잎 두 잎 어머니 …2023-12-04 19:58

청아한 풍경소리 샛노랗게 물이 들어 떨어진 잎새마다 아름다운 시가 되니 스님이 오고 가면서 서정시를 읽는다. ▲1980년 시조문학 천료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자문위원 ▲한국시조협회 부이사장 역임, 가람문학 회원 ▲한국민족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수상 ▲한국시조협회문학상 대…2023-11-20 19:29

잿빛으로 묵언하는 지붕 아래 굴레를 벗은 당신이 아직 살아 계십니다 영영 타인이라고 불렀던 당신끼리 벗어놓은 소맷자락을 여미지 못한 채 인연의 매듭이 엉켜있습니다 아릿하게 흘러가는 은하수를 저어가며 기억과 망각 사이 기울고 있는 그림자 당신과 나의 먼 후일처럼 호젓하나니 호접몽의 우화를 몰랐던…2023-11-20 19:29

오랜만에 옛 친구들과 만나 소박한 점심을 나눈 후 버스 정류소에 앉았다. 가지런한 노란 의자는 앉았다가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반질반질 빛이 난다. 가을이 농촌의 들과 산에는 금색으로 오고 도시의 아파트에는 회색으로 오나 보다. 도로 건너편 허름한 이 층 건물엔 때 묻고 빛바랜 간판 글씨가 흐릿하다. 아마…2023-11-20 19:29

나는 울퉁불퉁한 흙길이 좋다 앉은뱅이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흙더미에 앉아 새참을 먹는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볼 수 있어 좋다 굽이굽이 굽은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 굽잇길마다 삶의 사연 숨 쉬는 길 구부린다는 건 굴복하는 게 아니라 그 사연에 귀 기울여 뭔가를 품으려는 것이다 빈 들녘의 바람…2023-11-20 19:29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어찌 그리 잘 알아 어둠을 걷어 가시고 저 높은 곳 태양으로 떠 계십니까 어둠만 존재한다면 안절부절 속만 까맣게 타오를 것입니다 눈 부신 햇살 아래 보석보다 더 찬란한 모습으로 내 삶을 향한 끝없는 찬사 지구가 자전하면서 인간의 한계에 선을 그어 쉬게 하시고 아…2023-11-06 19:36

바람결이 차가우니 북풍이 부려나 보다 어느새 깊숙한 가을이다 왜 그런지 모른다, 깊은 가을에 서면 사라진 노란 들판이 주는 충만과 허탈이 교차해 생은 더욱 깊어지나니 다시 붉게 피고 지는 저 산천이 서러운 것인지 우리는 지나온 한 생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래, 바람을 만나 물어보기도 하고 구름을 쳐…2023-11-06 1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