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텃새처럼 지지계곡 품에 드니 불 지핀 햇살꼬리 장안산 껴안고서 산굽일 치닫던 절정 헐거웁게 서성인다 서릿발 똘감 홍시 까마귀 잔칫상에 휘청 인 무룡고개 억새 춤 부산하고 애 녹인 떠돌이 바람 비워내는 여린 속살 옷 벗은 문장들을 뒤흔들어 쏟아놓고 그 절개 꼿꼿하니 잿빛 알몸 호기 떨어 불…2024-02-19 20:16

영혼과 육체 병마에 붙잡혀 거친 숨 몰아쉴 때 병원 창문 사이 스치듯 지나가는 고추잠자리 집에 가는 길조차 아른아른 거리고 강아지 동구 밖 꼬리 흔들며 망부석 되어가는데 다시는 못갈까 불길한 마음에 흐르는 눈물 주체할 수 없네 영혼은 벌써 가고 있는데 언제나 갈거나 마당에 석류 익어가고 대추…2024-02-19 20:16

은빛 웅성거림이 밤새 내리면 아파트 산책로 흰둥이는 강중강중 발자국마다 매화꽃을 피운다 허공에는 무게가 없다는 듯 흰나비 날개 같은 눈꽃 송이 쏟아지면 온몸 흥에 떠는 춤사위 푹신한 눈 바닥에 윷판이라도 벌이는가 묶여 사는 눅눅한 삶이 조금은 풀렸을까 써늘한 바람 목에 매달고 돌아가는 자욱길 잊…2024-02-19 20:16

세상이 몰라보도록 좋아졌으니 건강 관리만 잘해서 백 세를 누리지 못하면 손해라는 생각이 당연시다. 첫째는 건강이요, 둘째는 진실한 친구가 재산이란 말에 공감하며 노후 십계명에 상위로 속해 있다. 오래 살겠다고 잘 먹고 날마다 걷기만 하고 즐거운 놀이와 여행만 다닐 수도 없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호기를…2024-02-19 20:16

그해 겨울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였을까. 일주일을 주무시다 민들레 홀씨처럼 가시면서 내게 주고 간 선물은 정신장애 여동생이다. 사람을 싫어하는 동생은 불도 켜지 않은 방에 홀로 있다. TV 보는 것조차도 싫은가 보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TV를 켜면 숙인 고개…2024-02-05 20:18

천 년 동안 우뚝 서 있어도 아픔이 없고 누워만 있어도 지겹지 않아 품위를 갖는다 영원히 살아서 지켜주는 힘이 되고 죽어도 잊지 못할 마을과 사람의 수호신이다 황소가 떠밀어도 광풍이 흔들어도 어떠한 위해에도 굽히지 않는다 태어나긴 했어도 마감이란 없으니 가늘고 굵음은 헤아릴 수 없는 법 …2024-02-05 20:18

그제는 쓰윽 흰구름 한 줄 - 제주 여행 간 오빠가 오는 중이야. 어제는 회색 구름 넙적넙적 - 비 온다는구나, 우산 챙겨가? 오늘은 뭉게구름 두둥실 - 바깥 산책하기 좋겠다. 파란 하늘 아, 알림장이구나? ▲‘문학춘추’, ‘아동문예’ 동시 등단 ▲동시집 : ‘할아버지 밥상엷 외 ▲광주문학상, 광주예총문…2024-02-05 20:18

바람 끝 일어서는 쉼표 같은 아픔 하나 차가운 밤하늘에 쓸어내고 다독이며 가슴속 물길을 내며 떨림으로 몸을 연다 척박한 가슴에 박힌 허기진 그 애틋함 돌아 누운 기억들 실마리 풀어놓듯 가난해 남루한 영혼 조붓한 길을 낸다 먹빛 하늘 비비며 휘감치는 빈 가슴 살 속에 가시를 박고 그리움 묻어둔 채 어둠…2024-02-05 20:18

환상의 리듬 휘감고 달콤한 밀어 속삭이며 마음이 쉬어가는 석양 길 나그네 길동무 인생의 끝자락에 은은히 흐르는 보금자리 아름다운 향기로 다가온다 하이얀 그리움 아스라이 밀려오고 정겨운 미소 달고 아름다운 노을처럼 삶의 무게가 버거워질 때 은은한 차 향기 햇살처럼 다가온다 갈망의 눈빛 촉촉이…2024-01-22 19:31

아이들 새떼처럼 재잘거리던 운동장 한쪽에 절반쯤 누워 작대기에 의지하던 늙은 팽나무 총알처럼 내던진 돌멩이에 단단한 표피에 괭이 생기듯 겨울 들녘 보리 싹을 짓밟고 가네. 하얀 눈 아직도 제자리인데 봄볕처럼 뽐내던 숲속 바위틈 사이 분재보다 더 묵은 앙금 덩어리 연분홍 꽃잎에 백설이 놓이듯 꽁꽁 언…2024-01-22 19:31

구름도 쉬어 가는 무등산 봉우리 소백산맥 정기를 찬란히 뿜어 낸다 청춘의 메아리인가 장엄하다 아우성 사랑에 취한 가슴 시가지를 안아서 간절한 소망 담아 빛고을 밝혀주네 그 누가 저 많은 구슬 예쁘게도 뿌렸나 춤추는 일곱 빛깔 내 마음 무지개 하늘로 뻗어나는 석루에 기대어 신선을 대하듯 하네 따사로…2024-01-22 19:31

결혼하고 광주(光州)에 산 지도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얼마 전 전주에 사는 막내 올케가 준 마음의 선물, 온천 티켓! 아, 그런데 유효기간이 오늘까지라니. ‘날도 춥겠다, 올케의 고마운 마음도 읽어야겠다. 이런 날은 따뜻한 온천이 최고지.’ 하며 남편과 아들을 데리고 나주에 있는 스파로 향했다. 그런데 웬걸, 눈…2024-01-22 19:31

오늘 이렇게 증도를 찾아가는 것은 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기 위해서이다 어망을 지닌 채 찾아 나선 갯벌은 언뜻 말라가는 듯하다 갯고동이 주물럭대는 팔다리들이 썰물이 다니는 길을 가르쳐 준다 이것은 모든 것이 슬기롭고 조용한 오후의 일이다 갯길로 드나드는 수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바닷물이 들면 여기 갯…2024-01-08 19:21

어물전 건너편 널빤지 위 빛바랜 청춘들이 즐비하게 앉아 지나가는 식객들을 빤히 쳐다본다. 봄부터 터를 모르고 기지개 핀 주인 없는 벌판에 세 들지도 않았는데 산비둘기 때를 지어 구구절절 인사한다. 똘뱅이 아잡씨도 좌판 댁 아주머니도 밤낮으로 찾아들어 허리춤에 감춘 채 찬물로 씻어주고 따순물로…2024-01-08 19:21

가을빛이 따스한 날, 모처럼 드라이브에 엄마는 달떠 있었다. “야, 저그 좀 봐야. 황금이 천지다 천지. 저 잠자리들맨키 내 맘도 부자되아부렀다. 저러고 날아댕기믄 참말로 좋겄다마는.” 추수가 임박한 들판에는 고개 숙인 벼들이 황금물결을 이루고, 도시에서는 아직 푸른 은행나무가 노란 잎을 달고 햇빛에 반짝…2024-01-08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