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은 이야기가 오르고 내린다 모든 것들이 그곳에 있고 먹고살기 위해 꿈을 찾아 사람들은 오른다 숱한 살얼음판 같은 파노라마가 반복되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꿈과 대학을 가기 위해서 민주화의 시대, 여의도의 세찬 바람길에서 막다른 절박한 몸을 안고서 이제 문단의 일을 맡아 기차를 탔다 …2024-10-14 19:25

깊숙이 나무로 둘러싸인 산사에 가면 맑은 피가 돌고 가슴은 기도로 열려있는 길이 될까 경내에서 떠 마신 감로수 한 사발 입술은 영원히 다물어도 말이 되어 나오고 동행한 바람도 허전하고 쓸쓸한지 후미진 길목에 눈 부릅뜬 가로등도 애처로이 호소하네 떨어져 누운 나뭇잎들만 스산한 바람 되어 …2024-10-14 19:25

얼마 전, 정부에서는 생활과 관련된 물가를 발표하였다. 무슨 품목은 어느 지역이 비싸고, 어느 품목은 어디가 싼가 하는 지역별 비교 방식이었다. 여러 가지 품목들 가운데서 나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짜장면’이었는데, 비싼 지역과 싼 지역의 가격 차이가 제법 났다. 내가 짜장면을 처음 먹어 본 때는 고향에 오…2024-10-14 19:25

언제일까 내 맘속에 들어온 차가운 금속 덩어리 더하고 빼기를 계속하는 기계적 사랑 그리움 저장하고 미움 지워버린 촘촘한 사랑보다 헐렁한 사랑이 그립다 수많은 새들이 떠밀려 가버린 허연 이 하루 눈물이다 ▲현대문예 등단 ▲백석시창작 회장 ▲현대문예 문학상, 모란 문학상 수상 ▲광주문인협회…2024-10-14 19:25

늘 푸른 무등산 추억 살아 비상하는 계절 갈대꽃 가을바람에 한들한들 춤추고 이파리 사이 사이 바람 타고 짙은 향기 피어나면 꽃들이 얼굴 내밀고 초록색 지운다 삼봉 군화 소리에 놀란 매미 퍼덕이는 날갯짓에 산야는 붉게 타고 중봉에 방송탑 짙게 물든 단풍 속에 더 높게 어울리고 깊은 계곡 아기자기한…2024-09-23 19:38

잔잔한 은하의 강변에 진줏빛 사랑 수놓아 눈부신 길 열리누나 우주의 꿈나래 바람 따라 별빛 따라 구름 계곡 구비구비 만삭된 그리움 노 저어 허허로운 창백한 가슴 차곡차곡 쌓인 상념의 창가 살며시 스멀스멀 안기는 고운 입맞춤 꿈길인 양 영혼의 환희 휘엉청 밝아오누나! ▲문학공간(…2024-09-23 19:38

요즘 백 세 인생이라는 노래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나처럼 배꼽 잡고 웃으면서도 “맞아 맞아” 하며 무릎을 친 사람들 많았을 것이다. “육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 / 칠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2024-09-23 19:38

언제나 그대보다 한걸음 먼저 길을 나선다 그대가 꽃문에 들어설 때 마당을 정갈하게 쓸어두기 위해 개울을 건널 때 그대의 발이 젖지 않도록 징검돌을 놓기 위해 그대가 기지개를 켤 때 배고프지 않도록 낙엽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록 볼품없는 풀잎으로 스러지더라도 그대의 향기를 짓는 걸음을 멈출…2024-09-23 19:38

봄 내음 풍길 무렵 나는 서서히 갑옷을 입는다 어디선가 화살이 날아와도 견딜 수 있는 봄을 입는다 우리가 나아 갈 그 시간을 기다리며 온 땅을 움켜쥐고 세상에 얼굴을 내밀어 본다 온통 하늘을 향해 뻗어 있는 그들은 한결같은 간격으로 띠를 두르며 희망 가득 안고 저 파란 하늘을 향해 큰 꿈을…2024-09-02 19:36

‘김삿갓 종명지’를 둘러보았다. 김삿갓이 운명할 당시 묵었다는 정시룡의 사랑채와 시비가 즐비하게 늘어선 ‘방랑시인 김삿갓’ 공원을 들러보고 돌아간다. 그런데 김삿갓의 삶이 마음에 걸린다. 이마에서 땀을 흘려야 먹고 살 수 있었던 나의 삶과 비교되어 그런다. 김삿갓의 본명은 김병연이다. 1807년 4월22일, 경기…2024-09-02 19:36

바깥은 창문으로부터 온다 호수와 전망 좋은 아파트가 보이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따라 들어오고 한참 뒤에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도 들어온다 들어오는 풍경 속에 내 마음도 들여놓는다 외로움도 흔들리는 마음도 물음표도 네모 칸에 들여놓는다 이곳에서는 외로움도 아름다운 풍경이 된…2024-09-02 19:36

신들린 잎새가 떠드는 지구 저 무변의 공간으로 남은 실루엣 한 폭을 꺼내 들고 미명의 잘게 썬 햇빛을 이야기한다 누이는 낡은 수틀에 진한 노을을 담았다 모멸의 먼 수평선엔 무인도처럼 자유가 떠 있고 붉은 피 흘리기 위해 공원 옆 단풍나무는 이른 아침을 졸라댄다 뭇 군중의 얼굴로 그 리듬을 쏟아 말…2024-09-02 19:36

가을 풀향이 그윽하다. 들녘의 풍광이 현혹하는 이 계절이 무척 곱다. 바람도 빛깔도 하늘도. 나뭇잎에 곱게 물든 곳곳의 사연까지. 바람처럼 물길처럼 구름처럼 흘러가는 세월이 못내 아쉬워 집을 나서다 지척에 있는 강가로 발길을 돌렸다. 강은 여전히 그만큼의 수량을 담고 유유자적 흐르고 있다. 우거진 풀숲은 어느…2024-08-19 19:22

영산강 지류 따라 은빛 물길 감고 도는 돛단배에서는 미각을 자극하는 홍어 삭힌 냄새가 난다 삼월 초하루 꽃샘추위에 싸락눈 내리고 맨살 드러낸 자색 황토밭에 숨 가쁘게 달려오는 봄바람 배 꽃향기는 태동을 준비중이다 그리움이 가슴을 파고 도는 고향의 길목에서 내 앞을 가로막은 커다란 옹관 분묘 마한…2024-08-19 19:22

해는 서산으로 기울고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아버지의 등 위엔 항상 소금꽃이 피어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 한 번 안 하고 매일 지게를 짊어지고 산을 오르던 아버지 오늘은 힘에 겨웠는지 빈 지게만이 뒤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거북등처럼 딱딱하게 굳어가는 아버…2024-08-19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