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정치의 계절이다. 필자는 이번주에 굵직한 정치인 세 분을 만났다. 일요일 아침에 본 김종인 더불어민주당비상대책위원장은 올 4·13총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라고 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 경제상황은 올 연말과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이고, 그러면 청년일자리가 큰 문제라고 했다. 이번 주 수요일에 만난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 역시 호남정치력 복원 이유가 호남의 경제력 회복이라고 했다. 월요일에 만난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더 절실한 표현을 했다. 이렇게 가다가는 경제력이 취약한 호남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것이고 우리 새끼들, 광주의 젊은 청년들 일자리 얻기가 더 어려워질 것인데 큰일이다, 그래서 ‘친환경자동차밸리 등 경제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올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최대 이슈는 ‘위기의 경제, 청년일자리 창출’이라고 생각한다. 윤장현광주시장이 ‘절실하다’ 토로했듯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경제가 취약한 광주·전남은 비상상황이다.

지금, 이 지역 청년의 삶은 불안하고 위태롭다.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수저신분론’이 번지고 마침내 ‘헬조선’을 외친다. 청년의 비관이 운명론으로 바뀌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거나 ‘분노해야 한다’는 훈수도 소용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할 정치권의 관심은 구호뿐이다. 한국정치에서 20대에서 40대는 정치적 공백지대가 된지 오래다.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가운데 40세 미만은 9명이고 초선의 평균 연령이 56.4세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의원 평균연령은 58세이고 20~30대는 9%에 그친다. 새누리당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비전도 정체성도 정책도 인물도 없이 권력과 금배지로만 향하는 정치판에서 ‘대한민국 청년의 눈물’은 닦아줘야 할 대상이 아닌 것이다.

필자는 각 당의 ‘청년 공약’이 4·13총선의 중요한 기준이라고 본다. 노인과 여성, 약자에 대한 공약들이 오랜 역사를 갖고 있고, 정치개혁은 이미 물건너간 주제이고 보면, 올해 유권자가 잘 가려봐야 할 부분이 바로 청년공약이다.

새누리당은 청년공약으로 ‘청년희망아카데미’를 전국으로 확대한다고 내세웠다. 청년국제인턴을 늘리고 창조경제로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안전망’이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청년일자리 70만개를 약속하고 취업활동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공정한 출발’이라는 기치로 후납형 청년구직수당을 1번 청년공약으로 내놓았다. 구직 과정에서 최대 300만원까지 당겨쓰고 취업후에 차근차근 갚으라는 것이다. 정의당의 경우 청년디딤돌급여를 내세우고 기존 고용보험에 더해 보편적인 실업안전망을 강화하는 틀을 제시했다.

나름 고민한 흔적이 있지만 아쉬운 점이 많은 공약들이다. 정당들이 이런 한가한 대책을 내놓을만큼 청년들의 현실이 녹록지않기 때문이다. 선거조차 별다른 희망 근거가 되지 못할만큼 암울한 청춘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청년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이 시급한 현실을 감안하면, 정치권에 특단대책을 내놓으라고 시위라도 해야될 듯 싶다.

지금 각 당의 청년공약에는 영혼이 없다. 정책의 기본을 이루는 철학이 없다. 적어도 청년공약에는 청년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나 복지제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느껴져야 한다. 청년정책은 완전히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청년정책 없는 정치는 미래 없는 정치요 미래 없는 국가다. 정치권은 청년을 향한, 미래를 향한 혁신적 비전·정책·사람으로 차려진 신선한 메뉴를 내놓아야 한다.

특히 ‘호남 자민련’이라도 좋다며 국민의당을 이끌고 있는 안철수 대표는 한때 ‘청춘의 희망 멘토’아니었는가. 청년들에게 인생과 사회에 대한 비전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2011년 청춘콘서트를 기획해 각 대학을 돌며 행사를 해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인기를 끌었다. 청춘콘서트는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등록금, 취업, 비정규직 차별 등 각종 고민거리 및 사회문제를 토론하는 장으로 한번 관객 1000여명이 모이는 이색적인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래서 안철수 대표가 정치를 시작할 때 가장 기대를 했던 계층은 청년들이었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는 세상을 바꿔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진 성적표는 별로다.

지난해 청년(15~29세) 실업률은 9.2%였다. 1999년 첫 통계 이후 최고치다. 구직 포기자들까지 합하면 100만명 이상이 실업 청년이다. 고졸 평균 취업률(2014년 기준 44.2%)도 제자리걸음 했다. 이마저도 ‘나쁜 일자리’가 상당수다. 취업한 청년(15~29세) 20.3%가 1년 이하 계약직이었다(통계청 조사). 절반은 고용보험도 가입되지 않은 비정규직이다. 그런데 경제는 2%대 저성장에 빠졌다. 고용시장이 활력을 잃자 청년 일자리부터 줄고 있다. 실제 지난해 청년 실업률(9.2%)과 전체 실업률(3.6%)간 격차(5.6%포인트)가 2000년대 들어 가장 컸다. 이 간극은 올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LG경제연구원). 현 정부는 물론, 지난 정부 모두 해마다 청년 고용대책을 내놓는 이유다.

정치의 본령은 인간이다. 정치의 주체도 인간이지만, 특히 무엇보다 목적이 인간이다. 올 총선에서 최고 대상은 청년이어야 한다. 참으로 인간을 위한 정치, 국민을 위한 정치를 펴고자 한다면, 정치 지도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은 하나다. 국민을 위해 욕심을 비우고 기득권을 비우고 자신을 비우는 일이다. 안철수 대표를 비롯한 광주·전남 출마자들이 그 무엇보다 관심을 갖고 가슴 깊이 바라봐야 할 것은 바로 청년이다. ‘청년의 눈물’이다.

/ssnam48@kj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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