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연합뉴스

4·10 총선을 목전에 두고 여야가 우여곡절 끝에 선거구 획정 작업을 마무리했지만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문제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진통 끝에 통과시킨 선거구 획정안에 따르면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에서 254석으로 늘었다. 대신 의원정수 300명을 유지하기 위해 비례의석을 47석에서 46석으로 줄였다.

여야 합의에 따라 광주·전남의 경우 21대 총선과 동일한 선거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선거구 획정을 이어가다 보면 곧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선거구의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이라는 2개 원칙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인구 편차 허용 범위를 4대 1에서 3대 1, 2대 1로 서서히 좁혀왔다. 이번 총선 선거구를 정할 때도 중앙선관위 산하 선거구획정위는 인구 편차 허용범위를 13만6천600-27만3천200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현상이 나타나는 농어촌 선거구의 경우 인구 편차 허용 범위를 지키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정치권에서는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이 충돌하는 선거구 획정의 모순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상하원제 도입, 시·도별 의석수 배분, 의원정수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선관위는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선거구 획정 제도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인구 비례성과 지역 대표성을 양립시킬 대안으로 양원제 도입을 제시했다.

시·도별 인구에 비례하게끔 전체 의석수를 배분하고 이를 정해둔 비율에 따라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으로 나누는 방법도 거론된다. 이는 지역 대표성 측면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 기준 전국 인구수는 5천131만3천912명이므로 938만4천325명(18%)이 거주하는 서울에는 총 의석을 55개 배정하고, 이를 지역구 의석 46개와 비례대표 의석 9개로 나누는 식이다.

결국 ‘양원제’ 도입과 같은 정치적 대안을 어떻게 마련하는 가가 향후 정치권에 남은 과제라는 지적이다.

한편, 광주·전남 정치인들은 동부권과 서부권별로 이번 선거구 획정에 대한 상이한 반응을 내놓았다.

서삼석 민주당 국회의원(영암·무안·신안)은 “농산어촌 대표성 반영한 획정안을 환영한다”며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지역 대표성의 개념과 주체를 분명히 해 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권향엽 예비후보(순천·광양·곡성·구례을)는 “지역민들은 선거구가 현행대로 유지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분노와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며 “그동안 선거구 획정 정상화를 줄기차게 촉구해왔던 것만큼 국회에 입성하면 비정상적인 선거구를 정상화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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