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일부 아파트에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단지 내 놀이터를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다. 사진은 용도변경을 위해 입주민 동의를 얻고 있는 광주 광산구의 한 아파트 놀이터./박현진 기자

광주지역 아파트에서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단지 내 놀이터를 없애거나 축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입주민들은 주차난 해소를 기대하며 호응하고 있지만 일부는 “아이들 놀 곳이 사라진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아파트 단지 주차면의 일정 규모를 전기차 전용 공간으로 조성할 것을 못박은 시기가 가까워짐에 따라 놀이터 감소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5일 광주 5개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021-2023년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를 주차장으로 바꾸는 ‘용도 변경’은 총 24건 이뤄졌다.

연도별로는 ▲2021년 8건 ▲2022년 7건 ▲2023년 9건, 자치구별로는 ▲광산구 9건 ▲북구 6건 ▲남구 5건 ▲서구 4건 ▲동구 0건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서는 광산구와 서구에서 각각 1건씩의 용도 변경 신청이 있었다.

이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주차공간 확보를 위한 놀이터 용도 변경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등에 의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2년 1월28일 시행된 친환경자동차법에 의거, 2025년 1월28일까지 100세대 이상의 ‘기축 아파트’에서도 총 주차면의 2-5%를 ‘친환경차량충전 전용구역’으로 확보해야 해서다.

실제 지난 2007년 1월 광산구 산월동에 준공된 644세대 규모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최근 어린이놀이터 부지 등을 전기차 충전시설(충전소) 등이 포함된 주차장으로 신설하기 위해 입주민들의 동의를 구했다.

이에 대해 입주민 약 75%가 동의함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는 세부 계획 수립 후 용도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주민들은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점점 사라지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학부모 김모(40대·여)씨는 “주변에 학교가 4곳이나 있어 학부모의 선호도는 물론 아이들도 만족하는 아파트인데, 놀이터를 없애면 어떡하냐”며 “집 가까이에서 마음 놓고 뛰어 놀 수 있는 공간까지 사라지는 현실이 조금 씁쓸하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민 전모(20대·여)씨도 “기존 주차 공간 일부를 전기차 충전시설로 만들면 되는 것 아니냐”며 “어른들이 불편을 감내하면 되는 문제인 것 같다”고 놀이터를 줄이는 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그간 주차난을 호소하던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충전소 설치를 미뤄왔으나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이행 의무화까지 남은 시간을 고려하면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태”라며 “충전소 무상 설치 지원이 올해 하반기에 몰릴 수 있어 상반기에 신청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박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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