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사직이 4주차로 접어든 가운데 11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대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지 4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정부가 진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국립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를 파견 배치했다.

그러나 파견 군의관과 공보의 상당수가 이미 병원이 진료·수술을 대폭 축소한 진료과의 인력들이어서 현재 의료 공백을 메우는 데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병원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11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광주·전남 거점 국립대병원인 전남대학교병원 본·분원에 총 16명의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가 투입됐다. 이들은 이날 출근했지만, 병원 내부 교육 등을 거쳐 오는 13일부터 진료에 나설 예정이다.

조선대병원은 국립대병원이 아니어서 의사 파견이 이뤄지지 않았다.

전남대병원에는 공보의 7명·군의관 1명이 배치됐다. 파견 의사들의 진료과는 성형외과 4명, 소아청소년과·영상의학과·신경외과·마취통증과 1명씩이다.

화순전남대병원에도 공보의 7명·군의관 1명이 파견됐는데, 소아청소년과·마취통증의학과·내과 등 3명만 전문의이고 나머지 5명은 전문의를 취득하지 않은 일반의(공중보건의)이다.

이 때문에 의사 인력 지원의 의미는 있지만, 정작 필요한 필수의료과 인력은 소수에 그쳐 공백 해소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 중 7명은 의료 취약지인 전남에서 차출된 공중보건의로, ‘또 다른 의료 공백’으로 인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되고 있다.

전남도는 정부 지침에 따라 전남에 근무하는 공보의 267명(의학 분야) 중 22명(8.2%)을 서울 신촌세브란스 7명, 서울 아산병원 7명, 화순전남대병원 6명, 전남대병원 1명, 충북대병원 1명 등 5곳의 일선 의료기관에 보냈다. 파견 기한은 오는 4월11일까지다.

파견 공보의는 보건소 공보의 4명, 보건지소 공보의 19명이며 전문의 3명, 일반의 19명이다. 전문의는 모두 소아청소년과다.

앞서 지난 4일에도 전남 공보의 1명이 4주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긴급의료상황실로 파견된 바 있어 현재 전남도에서 파견된 공보의는 총 23명에 이른다.

통상 보건소에는 2-3명, 보건지소에는 1명의 공보의가 근무한다. 이들 공보의가 한 달가량 보건소와 보건지소를 비우면 해당 보건기관을 이용해왔던 주민들의 진료 불편이 불가피하다.

전남도는 의료취약지인 점을 들어 공보의들이 다른 지역으로 파견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전남도는 남아있는 보건기관에서 순회 진료를 하거나 원격 진료를 검토하는 등 의료 공백 최소화를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전남대병원 전공의 156명은 지난달 19일 사직서 제출 이후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복귀하지 않고 있으며 이달 신규 임용 예정이었던 전남대병원 전임의 중 21명도 계약을 포기해 인력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화순전남대병원도 전공의 68명 중 65명이 병원을 이탈,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에 각 병원은 환자 병상 가동률을 평상시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수술도 최소화하는 등 비상 진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오는 13일부터 파견 의사들이 진료현장에 투입된다. 다만 공보의 등의 숫자가 적고 전공 과가 달라 필요한 곳에 배치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수희·양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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