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문화전당역에서 한 시민이 지하철 역사 내 설치된 승차권 발매기를 이용하고 있다./장은정 기자

“현금 없는 사회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쓰이는 요즘 지하철 표를 사기 위해서 돈을 들고 다녀야 하는 게 너무 불편합니다.”

매년 수백만명이 광주 지하철을 타기 위해 승차권 발매기를 이용하지만, 최초 설치 이후 20년이 지나도록 카드 결제가 불가능해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광주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4년부터 현재까지 총 96대의 승차권 발매기를 지역 각 역사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승차권 발매기는 2개의 보통권 발급기와 우대권·할인권 1개, 카드 충전기 1개 등 총 4개가 붙어 있으며 1대당 1천900여만원의 구매·설치 비용이 들어 현재까지 관련 예산으로 시비 18억여원이 소요됐다.

최근 3년간 이용자 수는 ▲2021년 314만여명 ▲2022년 336만여명 ▲2023년 354만여명이며, 할인권과 우대권을 제외한 보통권은 ▲2021년 30만7천여명 ▲2022년 32만7천여명 ▲2023년 29만3천여명이다.

문제는 현재 배치된 96대의 승차권 발매기 모두 1회용 승차권을 구매하거나 교통카드 충전 시 현금만 이용할 수 있어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께 광주 동구 문화전당역에 설치된 승차권 발매기를 직접 이용해 본 결과 현금을 제외한 신용카드, 체크카드 등을 이용할 수 없었다.

이를 두고 한 시민은 “자판기에서 음료수 하나 뽑는 것만 해도 카드 결제가 가능한 세상인데,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겠냐”며 “후불카드 대신 충전하는 교통카드를 사용하는데, 얼마 전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해 1회용 승차권을 구매하려다 현금이 없어 결국 택시를 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시민도 “지하철을 종종 타는지라 현금을 조금씩 챙겨 다니는 편이지만 현금이 없는 날도 있다”며 “전체 역은 아니더라도 이용객이 많은 역에 카드 결제가 가능한 기기를 설치하거나 현금 인출이 가능한 은행 ATM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불편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철 이용객의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서울시는 최근 ‘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승차권 발매기를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1회용 승차권 주 이용객인 외국인과 어린이들의 불편함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광주교통공사 관계자는 “서울시의 기기 교체 계획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 정책상 교통카드 충전은 현금으로만 가능해 카드 결제로 교체하거나 카드 결제를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은 1회용 승차권 구매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서울시 사례를 참고해 내부적으로 교체를 논의해보려 한다”면서도 “승차권 발매기의 경우 ‘공공재산’인데, 카드 결제를 허용할 경우 수수료 부담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있어 출·퇴근길 등 인파가 몰리거나 이용객이 많은 역사를 대상으로 교체를 한정하더라도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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