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남긴 44주년 기념식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지난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5·18민주유공자, 유족, 정·관계 주요 인사, 시민 등 2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김애리 기자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이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한 어떤 언급도 내놓지 않으면서 지역 민심을 또 다시 외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경제자유’에만 방점을 찍은 반면, 2022·2023년과 달리 지역 현안에 대한 지원 의지도 밝히지 않아 보수 대통령 최초로 3년 연속 기념식에 참석하고도 스스로 평가 절하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18일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오월, 희망이 꽃피다’를 주제로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개최했다. ▶관련기사 2·3·4·5·7·15면

기념식에는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족, 여·야 의원과 22대 총선 당선자 등 2천500여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방명록에 ‘우리의 자유와 번영, 미래를 이끄는 오월 정신’이라고 적은 뒤 오월어머니 등과 함께 추모탑으로 향했다.

기념식은 ▲개식 선언 ▲국민의례 ▲여는 공연 ▲경과 보고 ▲기념공연1 ▲기념사 ▲기념공연2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거행됐다.

윤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 올해도 5월 광주의 거리에는 이팝나무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며 기념사의 말문을 열었다.

이팝나무의 새하얀 꽃을 44년 전 5월 광주 시민들이 나눈 주먹밥에 빗댄 윤 대통령은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키기 위해 광주가 하나 돼 항거했다”며 “1980년 5월, 광주의 그 뜨거운 연대가 오늘 대한민국 자유와 번영을 이룬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지금의 대한민국은 광주가 흘린 피와 눈물 위에 서 있다”며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경의를,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유가족에 위로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오월의 정신이 깊이 뿌리내리면서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의 꽃을 활짝 피워 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18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한 별도 언급 없이 “사회적 양극화가 자유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복원하고 국민이 누리는 자유와 복지의 수준을 더 높이 끌어올려야 한다”며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는 것이 오월의 정신을 이 시대에 올바르게 계승함과 함께 광주의 희생과 눈물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기념공연 후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기념식은 마무리됐다. 이후 윤 대통령은 박금희·김용근·한강운 열사의 묘역을 참배했다.

올해엔 오월 정신 헌법전문 수록 관련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지역사회에선 윤 대통령의 알맹이 없는 기념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기념식 후 강기정 광주시장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대통령께서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면서도 “국민들이 듣고 싶었던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어 너무 아쉽다”고 지적했다.

원순석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너무 공허한 이야기 뿐인 맹탕이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형미 오월어머니집 관장도 “오월 정신 헌법전문 수록에 대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헌’자 하나 꺼내지 않아 실망감이 크다”며 “진정으로 오월 정신 계승을 바랐다면 헌법전문 수록을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지난 2년과 달리 지역 현안에 대한 언급마저 전무해 ‘허울 뿐인 기념사’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은 2022년 제42주년 기념식에서 “광주와 호남이 자유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위에 담대한 경제적 성취를 꽃피워야 한다”며 AI와 첨단기술 기반의 산업 고도화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해 제43주년 기념식에서도 그는 “광주와 호남이 자유와 혁신을 바탕으로 AI와 첨단 과학기술의 고도화를 이뤄내는 성취를 미래 세대에게 계승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두 차례의 약속과 함께 올해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도 앞두고 있어 광주 지역사회에선 관련된 언급이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었으나, 일언반구도 없었던 만큼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타 지역에서 보인 대통령의 행보를 감안할 때 지역 현안에 대해 단 한 마디 없었던 것은 이례적”이라며 “보수 대통령 중 처음으로 3년 연속 5·18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평가할 만 하나, 올해 기념사가 이전보다 후퇴한 것을 보면 진정성에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안재영·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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