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부가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중 여고생 열사의 삶을 조명한 영상에 다른 열사의 사진을 사용하고 오타가 있는 안내 책자를 배부해 국가 행사의 격을 실추시켰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류동운·박금희 학생 열사들의 사연이 조명됐다.

한국신학대학교 2학년이었던 류 열사는 1980년 5월 비상계엄령과 휴교령이 내려지자 가족을 만나기 위해 광주에 내려와 학생 시위에 참여했다가 계엄군에게 붙잡혀 모진 가혹행위를 당한 뒤 풀려났다. 이후 류 열사는 다시 항쟁에 뛰어들어 전남도청을 지키다 5월27일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광주 춘태여자상업고등학교(현 전남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박금희 열사는 1980년 5월21일 ‘사람들이 죽어가 피가 필요하다’라는 방송을 듣고 헌혈을 한 뒤 집으로 돌아가다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졌다.

박 열사의 죽음은 시인 고은씨의 연작시 ‘만인보’에 실려 있기도 하다.

두 열사의 생애는 이날 보훈부가 제작한 영상과 후대 학생들의 구술을 통해 소개됐다.

문제는 보훈부가 소개 영상에서 박금희 열사가 아닌 ‘박현숙 열사’의 인물사진을 사용하면서 불거졌다.

박현숙 열사는 5·18 당시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계엄군의 ‘주남마을 버스 총격’에 사망한 인물이다.

이에 대해 5·18기념재단은 “언젠가부터 보훈부가 자기 부처의 일이라며 기념식 논의 과정에서 오월 단체를 배제하고 있다”며 “당사자 또는 오월 단체를 배제해 발생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명색이 국가 기념식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열사 사진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곳이 유공자를 예우하는 국가 기관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가보훈부는 “영상 제작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다. 유가족들을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보훈부가 기념식 안내 책자에 오탈자를 낸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경과 소개 항목 중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특별‘볍’으로 기재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신의 SNS 계정에 안내 책자 사진을 올리며 “보훈부의 무성의”라고 꼬집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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