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6(수)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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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4월 서울의 민주화 봄 시대에 ‘폭력 인턴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200명의 학생들이 수일째 병원 앞에서 시위했다. 시위의 발단은 후배가 선배를 폭행했다는 사실에 치과대학 1회 졸업생 인턴들이 선후배 간 기강을 잡는다는 이유로 본과 4개 학년 남학생을 집합시킨 후 체벌을 가했고, 그 결과 인턴 전원이 사표를 제출하는 사태까지 야기됐다. 이에 대학은 숙의 끝에 대표였던 필자의 사표만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당시에는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분위기는 무르익어 가고 있으면서 필자의 사표 수리도 유야무야됐다. 개인의 삶이 역사에 의해 반전되는 것을 극적으로 경험한 것이다. 이처럼 1980년은 개인이든 집단이던 간에 사회적 변화의 분기점이었다.
5월 스승의 날이 되면 내 인생에 영향을 미쳤던 스승님이 생각난다. 한 분은 조선대 치과대학 1회로 입학해 교수가 되도록 용기를 복돋워 주신 문정식 선생님이다. 고교 3학년 담임이셨던 선생님은 돌아가시기 전 자신의 몸을 조선대 의학과 학생들의 해부학 실습을 위해 쓰도록 유언하신 분이다. 대학 총장시절 의과대학 시신 기증자 합동 추모식에 참석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스승님의 헌신적 마음이 늘 생각난다.
대학시절 학술지도로 교수의 길을 열어주신 윤창근 지도교수님은 잊을 수 없다. 치아를 중심으로 한 미세 치료에서 근신경계와 턱관절을 포함한 거시적 연구와 치료 범위에 새로운 시야를 보여주신 분이었다. 필자는 그 분의 인간적이고 학문적인 열의에 공감을 받아 구강악안면 영역의 미시적인 구조와 거시적인 구조의 생리적 기능을 살펴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 최고의 턱관절 교합학 선도교수로부터 지혜와 영감을 받은 덕분으로 ‘뇌건강 치과학’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교수 은퇴 후 전남대학교 철학과 성진기 명예교수님이 지도하시는 카페 필로소피아를 통해 필자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니체 철학을 전공하신 교수님은 철학을 존재론적, 경험론적 그리고 가치론적으로 이야기하시면서 인간의 존재적 삶에 멈추지 말고 새로운 가치 추구를 위한 도전적 삶을 늘 권유했다. 또한 ‘아테네가 학교다’라는 말을 듣고 접목한 “광주가 학교다”라는 필자의 새로운 시선에 대해 용기를 복돋우고, ‘뇌건강 치과학’의 이론 정립과 임상 활용을 위한 도전을 여전히 응원하고 계신다.
21C에 진입하면서 한국 치과계는 과학과 예술의 진보와 연결된 임플란트와 심미치료를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했다. 동시에 국내에서 치과의료공학이 도입되고 치과산업이 육성되기 시작했다.
2004년도 교육부 지역혁신 신대학 NURI사업으로 치과의료공학 인력양성사업과 2005년 산업자원부의 치과의료 부품 및 소재 지역혁신센터 RIC 사업은 치과분야 대형 국책사업으로 시작은 미약했지만 치과산업 발전의 새로운 모티브가 됐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디지털 과학기술과 부품·소재 기술의 융합으로 국내의 임플란트 치과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앞으로 세계 최고의 위치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한 가능성과 더불어 임플란트를 통한 구강악기능 회복이 뇌건강을 포함한 전신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2000년도 전후 전 세계적으로 구강질환에 따른 씹는 기능의 상실에 따른 뇌인지 감소와 치매, 그리고 잇몸질환 세균총에 의한 의한 전신질환과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가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구강보건과 관련된 일부 연구자들이 통계학적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뇌건강 치과학의 성장을 위해 기초 및 임상 연구의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
‘뇌건강 치과학’ 은 뇌과학, 해부학, 신경생리학, 치의학, 분자 생물학, 물리학, IT 공학, 교육학 및 미학 등의 다학문 융합학문이기에 치의학이 미세에서 거시치료로 확대되고 증거 중심의 치료가 요청되는 시점에 선도할 수 있는 임상연구학문이다.
앞으로 미래 연구를 통해 치아 상실 시 임플란트 활용 치과보철물에 의한 저작기능회복이 뇌인지 강화와 치매 예방을 위한 삶의 질 강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기전과 증거를 우리가 확립한다면 대한민국의 치과가 단연코 세계에 우뚝 설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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