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덕 시인이 10번째 시조집 ‘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문학들刊)를 펴냈다.

진도·목포·여수 등 남도 곳곳을 떠돌며 쓴 60편을 총 3부로 나눠 실었다. 중앙시조대상, 김만중문학상, 송순문학상 등을 수상한 중견 시인답게 시조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절제와 율격이 돋보인다.

이번 시집이 이전의 것과 다른 것은 시인의 시선이 바깥이 아니라 내면을 지향한다는 점이다. 시인은 그동안 소외된 삶의 현장을 중심으로 투철한 사회의식을 투영해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런데 이번 시집에서는 바깥의 풍경을 매개로 내면의 상처를 노래한다.

“세상일 망했다고 무작정 차를 몰아/와온해변 민박집에 마음 내려 놓는다/나는 왜 춥게 지내며 덜컹덜컹 거렸지”(’와온에 와 너를 만난다 1-노을’)

여행 시편이지만 이는 상처 깊은 시인의 내면 풍경이기도 하다. 그 마음은 외로움, 그리움, 슬픔, 아픔, 쓸쓸함, 절망, 기억, 눈물, 적막 등 상처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상처에 의해 풍경은 재구성된다.

상처의 연원을 시집에서 읽어 내기는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변화가 향후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시인이 이제 인생이라는 우물을 들여다보는 나이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심성은 “어둠이 깊어지면 푸른 기억 다시 자라/우물 안 추억 조각 건져 내는 밤결에/혼자서 울음을 참다 혼절해 잠이 들고”(‘오래된 우물’)에도 나타난다.

고재종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박현덕의 시편들은 남도의 곳곳과 자연 만유에 마음의 발자국이 찍힌다”며 “그의 시는 가장 정직하고, 진정성 있고, 성실한 인생론의 시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한편 박현덕 시인은 1987년 ‘시조문학’ 추천, 1988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부분과 1993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시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백수문학상, 오늘의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겨울 삽화’, ‘밤길’, ‘주암댐, 수몰지구를 지나며’, ‘스쿠터 언니’, ‘1번 국도’, ‘겨울 등광리’, ‘야사리 은행나무’, ‘대숲에 들다’, ‘밤 군산항’을 펴냈다./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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