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어리는 멀구슬꽃향기를 듣다
초여름밤 산책은 아득아득하다
어디서 이 몸과 마음을 사로잡혔었나
먼 바다 그 섬의 그리운 빗돌 곁
너는 노래했고 나는 춤 출 수 없었다
아득아득한 멀구슬꽃향기가 들린다
유월이면 도지는 병
분명 유월이다
너는 로버트 번즈, 붉은 장미를 읽고
나는 보릿대 들불 연기만 바라보았다
썰물지는 갯벌로 나가서
달빛 안고 춤추는 나의 유령
오늘 밤은 유월이다
너도 없이 유월은 홀로 당당히 왔다
유월 밤바다 유난히 물비늘 뒤척이고
가랑가랑 잦아지는 너의 노랫소리
시 읽는 소리의 바다 불러들이자
멀구슬꽃향기 가슴을 더듬 더듬는다

<오소후 약력>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2001)
▲국제펜 광주문학상 수상(2013)
▲‘시다래’ 창작반 지도교수, 한국예술문화 명인, 한국슬로씨티 시민 강사
▲시집 : ‘좀꽃마리’, ‘스미다’, ‘한 점 블루’, ‘나의 슈바빙 나와 걷기’, ‘에릭샤티와 흰돌을 명상하다’
▲한영 번역 시집 : ‘나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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