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순복 품자주자시민들 대표회장 / 조선대 법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 들어서 주민자치는 역행 내지는 퇴행하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데 아니 주민이 주인인데, 주인이 주인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행정은 보충적으로 돕는 역할을 다하고, 그렇게 되도록 제도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그동안 21년간 유지돼왔던 주민자치박람회를 작년에 처음으로 폐지했다. 심지어 대전에서는 사회적 자본센터도 폐지됐다.

마을에서 나는 마을자치, 내지 주민자치의 주인인가, 손님인가 아니면 방관자인가?

우리는 내 집 일에는 관심이 많지만, 마을 일, 내지 공동체 일에는 관심을 가질 여유가 별로 없다. 공공의 가치 구현을 위한 배려나 행동이 지극히 미미하다. 그런데 만일 내집 앞에 쓰레기가 쌓인다면 아무리 깨끗이 치운다 해도 냄새가 날 것이다. 내 자녀를 아무리 집에서 잘 돌본다고 해도, 학교에서 마을에서 기타의 관계 속에서 자녀는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개인(가정)과 공동체는 관련돼 있지만, 여전히 우리는 공동체의 일에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왜 그럴까? 주민이 주인의식을 갖고 공동체에 관심을 갖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궁극적으로는 주민이 스스로 깨어 주인이 되어 마을 일을 챙기는 일이다. 주민이 법적으로 선언적으로 아무리 주인이라 할지라도, 주인인 주민이 권리 위에서 잠자고 있다면 보호받지 못한다. 주민이 목소리(voice)를 내지 않으면 무시당할 수 있다.

주민이 주인의식을 느끼고 그렇게 주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으려면, 공동체의 일이 자기와 직결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피부에 와닿는 일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네 쓰레기 처리부터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논의해보자. 아이들 교육도 학교에서 다 배우는 것이 아니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서 보듯이 보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 한명을 키우는데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은가?

그동안 주민자치 현장에서는 참여하라고만 했지, 주민이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주민참여 설계가 미흡했다.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에 문화여가 프로그램이 있지만, 마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일으키는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는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문화여가 활동 이외에도, 마을주민의 다양한 학습동아리 활동이 이뤄지고, 마을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는 마을공동체 공모사업이나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하여 경험이 축적되고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겼을 때, 주민자치회로 연계돼 마을에 대한 관심의 폭도 넓어지고 주민 리더로서 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주민자치의 효능감을 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으려면, 주민총회도 마을의제의 우선순위만 정하지 말고, 주민자치회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나아가 마을 현안에 대한 의견조사도 이뤄지면 좋겠다.

얼마 전 풍암동 주민자치회에서는 관내 아파트연합회가 주최해 20여 개의 아파트가 모여 동민 체육대회를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온라인플랫폼을 만들어 마을 현안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주민주권 시대, 이제 주민이 깨어나야 한다. 주민이 주인임을 주민 스스로 알아야 한다. 깨어있는 주민의 조직화된 힘만이 마을과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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