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순천 10·19사건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군·경의 좌익 부역자 색출·토벌 과정에서 무고하게 사살된 18명의 유족이 국가로부터 위자료 지급을 인정받았다.

희생자들은 외가에 피신하던 주민, 초등학교 교사, 두엄을 지고 가던 농민, 주막 상인 등이 포함됐다. 피고인 국가 측은 손해배상 청구 기한이 지났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헌법재판소 관련 위헌 결정에 따라 민법상 장기소멸시효 5년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이 여순사건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 이후에 피해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던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원고 20명에게 상속분에 따른 위자료로 900여만원에서 2억1천여만원씩 총 27억여원을 배상할 것을 주문했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전남 여수에 주둔한 국방경비대 14연대 일부가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촉발됐다. 이에 당시 정부는 11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투입, 협력자 토벌 작전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반군 점령지 또는 이동 경로에 속했던 지역민들을 부역자, 협조자라는 이유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연행, 총살했다. 이후 뒤늦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위원회는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고, 여순사건위원회도 희생자로 인정했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부당한 공권력의 집행으로 결론난 것이다. 76년의 세월이 덧없이 흘렀다. 부모였고, 또 형제였다. 유족들은 정신적 고통을 감내해왔다. 국가의 배상은 당연한 의무라고 하겠다.

22대 국회에서 ‘여순사건특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희생자·유족 결정이 2025년 10월 종료토록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피해 신고 7천465건 가운데 현 중앙위원회 심사 결정은 9.5%에 그쳐 조사 기한 연장이 불가피한 때문이다. 전체 피해자 규모는 1만5천-2만5천명으로 추산된다.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명백한 진상규명과 온전한 명예회복에 대한 기대가 그것이다.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도 신속하고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유족들의 손배소 승소의 의미가 남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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