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자치구가 주민 건강증진 목적으로 맨발로를 경쟁적으로 조성했다. 물론 적잖은 세금이 투입됐다. 서구가 처음으로 2022년 12월부터 금호1·2, 농성1·2동 등에 사업비 14억700만원을 들여 18개를 설치했다. 북구는 오룡·매곡·문흥동 등에 8개이며, 3억6천400만원이 쓰였다. 광산구도 수완·첨단2·신창동에 2억5천700만원을 투입해 22개소를 만들었다. 남구는 3억1천만원으로 봉선2·행암·효덕동에 6개를 설치했다. 동구는 산수·지원2·서남동 3개로 예산은 3억2천300만원이다.
맨발로는 최소 20-50m 부터 최대 3.4㎞까지 다양하며,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단점이다. 맨발로에 깔린 황토는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한꺼번에 많은 비가 유입되거나 자주 내릴 시 유실되고, 건조한 날씨 속에선 메말라 걷기에 적합하지 않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요즘에는 이상기후로 인해서 집중호우나 폭염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본보 취재 결과 기본적인 관리 매뉴얼조차 없었다. 앞다퉈 만들어만 놓고선 나몰라라 방치하고 있다. 체계적인 보수가 이뤄져야 하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부정기적으로 점검하거나 또는 민원이 접수되면 마지못해 일회성 복구에 나서는 식이다. 전형적인 유행 따라하기다. 눈꼴스런 전시행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자치구 별로 맨발로를 조성하면서 기초 수요조사나 했는지도 의문스럽다. 단순히 숫자에 매몰돼 할만큼 했다고 안도하고 있을까 모른다.
황토는 정비가 생명이다. 큰 비가 오거나, 뙤약볕이 내리쬐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을’ 상황이 우려된다. 그만큼 추가적인 예산은 들테고, 낭비라는 지적도 감수해야 한다. 조속히 체계적인 관리 지침이 마련되고 안정적으로 실행돼야 하는 것이다. 마침 남구의회가 안전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걷기 좋은 길’ 개정조례안을 의결했다. 앞으로 주민 불편함이 없도록 꼼꼼하게 살펴야 할 현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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