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구의 무책임한 행정이 애꿎은 사람을 나락으로 몰았다. 정확한 사실 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구청의 안일함으로 인해 뜻밖의 송사에 휘말린 상황이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2023년 12월 풍암동 황새봉 등산로에서 발생한 낙상 사고와 관련해 서구는 볼라드 설치자에 대한 인적 사항을 요청한 국민건강보험공단 광주서부지사에 자료를 회신했다. 당시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볼라드에 부딪쳐 골절상을 입었다는 피해자는 3개월간 입원 및 통원 치료를 했고, 이에 건보공단은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볼라드 설치자로 특정된 인물은 낙상 사고로 다쳤다는 시점보다 이전에 시설을 제거했다며 기관이 현장 조사는 물론 자신에게 묻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과거 사고 지점에 볼라드를 불법 설치해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으나 이행하지 못해 고발당했고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에 비춰 지레짐작으로 확정해버렸다는 주장이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뒷짐만 진 듯한 서구의 태도다. 실제로 회신 내용을 바탕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건보에서 들었다면 자료 제공에 대해 한 번 더 검토했을 것이라고 해괴한 해명을 했다. 또 요청이 접수된 때도 사고 뒤 3개월여가 지난 시점으로 당시 현장 사진 등을 확보할 수 없었다며 볼라드 소송 중이어서 관련된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서구 행정이 이토록 허술했다. 사후 대응도 나몰라라 식이다.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난데없이 소장을 받은 당사자의 심정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구는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 건보 측에 소명하고 취하를 요구해야 한다. 신뢰의 문제다. 잘못됐다면 책임지고 수습하는 게 옳다. 행정은 군림하는 게 아니다. 주민 삶의 질 높이고 불편을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 단 한 명이라도 억울한 일을 당해선 안 된다. 불미스런 사례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당한 업무 처리를 당부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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