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의 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시 주요 문화예술기관장들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면서 후속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시 산하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에서 강기정 광주시장의 선거 캠프 출신이나 지연, 학연으로 얽힌 인사들이 잇따라 임명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광주시에 따르면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 임기가 오는 19일 만료되는 가운데 새 관장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날 기준 응모자 11명 중 10명이 1차 서류심사를 통과했으며, 2차 서류심사 및 면접심사가 20일 이뤄질 예정이다. 광주비엔날레의 경우 아직 공모 절차가 개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광주경실련은 최근 성명을 통해 “강 시장은 지역 문화예술공공기관장에 전문성과 리더십, 도덕성을 갖춘 기관장을 임명하라”며 “연초부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에 전문성 없는 지역 정치인 출신이 거론되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 전문성 없는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언급했다.

(재)광주비엔날레는 지난해 12월 말 박양우 대표이사 임기가 종료됨에 따라 현재 대표이사 자리가 공석이다. 이상갑 광주시 문화경제부시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지역 문화계 안팎에서 차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로 거론되는 정치인 출신 A씨는 공모에 지원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경실련은 또 광주시립미술관장 공모를 앞두고 광주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 규칙이 개정된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단체는 “시립미술관 공모와 관련해 규정이 바뀐 직후 공모에 참여한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강 시장은 광주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및 시행 규칙 변경이 필요한 경우 공개적으로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정설이 흘러나오는 한 기관의 관계자 B씨는 “통상적으로 시행하는 조직개편일 뿐 관장 공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재직 중인 사람에게도 지원할 기회를 준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시 또한 “이번 개편은 업무 전문성 확대를 위해 광주시 전체 16개 직위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시기적으로 맞물린 것일 뿐”이라며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기존 행정직으로 정해져 있던 시립미술관장직을 개방형직으로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번 시립미술관장 공모와 관련해 공정하고 투명한 선임 절차와 자격 검증을 촉구하는 시민·미술인 312명의 연대 서명도 있었다.

이들은 “전문성이 결여된 낙하산 인사, 각종 의혹과 주먹구구식 조직 운영은 광주가 얼마나 민주와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인지 자문하게 한다”며 “모집 공고가 시작되기 전부터 정해진 인사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역 문화계 인사 C씨는 “어느 기관의 장이든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광주의 경우 그동안 주요 문화예술기관 수장 선임에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며 “전문적 식견을 바탕으로 지역 미술계와 협력해 광주의 문화적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인물이 선임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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