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수) 17:48
|
그러나 BYD의 가장 큰 강점은 품질이 아닌 가격 경쟁력에 있다. 국내 경쟁 모델 대비 1천만원가량 저렴하게 책정된 가격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는 단순한 가격 전략이 아닌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기업의 효율적인 생산구조가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다.
BYD의 국내 진출은 한 기업의 시장 진입이 아닌 한국 자동차산업 전반에 걸쳐 구조적인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가전, 철강, 화학, 디스플레이,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 기업들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산업 또한 예외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전기차 시장은 향후 5년 내 급속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이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몇 가지 주요 장애물이 존재한다. 배터리 화재 위험성과 긴 충전 시간이 소비자들에게 불안 요소로 작용하며 시장 확산을 저해하는 캐즘(Chasm)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 빠른 충전 속도, 낮은 화재 위험성을 갖추고 있어 전기차의 보급 확대를 촉진할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
전기차 시대의 도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차 시장에서는 독일, 일본, 미국 기업들이 주요 경쟁 상대였으나 전기차 시장에서는 중국이 가장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르고 있다.
2024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이 62%(유럽 17.6%, 미국 10.4% 등)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폭스바겐이 독일 내 내연기관차 공장 세 곳을 폐쇄한 사례는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점유율 상승은 한국 자동차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기술력 강화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은 배터리 기술에서 비롯된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운 BYD는 안정성과 가격 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전고체 배터리 및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전기차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력 확보뿐만 아니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현재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충전 인프라 확충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보다 과감한 지원책이 요구된다. 특히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규제 완화, 전기차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직면한 또 다른 문제는 높은 인건비와 경직된 노동시장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도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로 설립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는 이러한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동차 기업, 정부, 연구기관, 학계 간 협력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배터리, 전장부품, 소프트웨어, 전기차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이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산업을 구축해야 한다.
BYD의 국내 시장 진출은 한국 자동차산업에 위기이자 동시에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브랜드 충성도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3-4년에 불과하다. 그 이후에는 가격과 품질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기업들의 공세에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차세대 배터리 및 자율주행 기술 확보, 정부 지원 강화, 노동시장 개혁, 그리고 민관산학연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한국 자동차산업은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으며 중국의 거센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