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나와 상대방을 판별하여 각자가 처해 있는 상황을 알 수 있는 점법이다.

피아(彼我) 판별의 두가지 점법으로는 내괘로서 내쪽, 외괘로서 상대방으로 보거나 본괘로서 내쪽, 빈괘(賓卦)를 상대방으로 보는데, 빈괘는 상대방 즉 손님 방향에서 괘를 보는 것을 말하며 이를 종괘(綜卦) 또는 도전괘(倒顚卦)라고도 한다.

먼저, 내외괘에 의한 피아 판별법은 내괘로서 아방(我方)으로 삼고 외괘로서 상대방으로 삼는다. 예컨대 교섭거래의 성사 여부를 점쳐서 ‘수뢰둔(水雷屯)’괘를 득했다고 하면 내쪽인 내괘는 진뢰의 분동(奮動)으로서 강하게 추진하려 하는데 상대쪽은 외괘 감험(坎險)으로 맞서서 내쪽의 진행하는 것을 방해하고 함정에 빠뜨리려고 해 교섭이 난관의 시점에 봉착해 있다고 본다. 이러한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하여는 다음의 진퇴출처통변(進退出處通辯) 비결에서 설명하기로 한다.


이 경우 내괘를 아방(我方)으로 삼고 외괘를 피방(彼方)으로 삼는 판별법에서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외괘를 보는 경우, 진손간태(震巽艮兌)의 네괘는 이를 거꾸로 뒤집어서 상대방으로 삼는 것이다.

즉 거꾸로 뒤집어서 보는 종괘로서 상대방이 처한 상황과 행위를 읽어야 한다. 예컨대 ‘태괘’가 내괘에 있을 때는 입구를 향해서 작용하는 모습이지만, 외괘에 있을 때는 괘를 거꾸로 뒤집어서 ‘손괘’로 봐서 상대방이 도리어 입구를 등지고 있는 공손한 모습으로 간주한다. ‘진괘’는 내괘에 있을 때는 분발해서 동진(東進)하는 모습이지만, 외괘에 있을 때는 이를 상대방으로 볼 때는 괘를 거꾸로 뒤집어서 간괘가 돼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된다.

64괘 중에서 산뢰이(山雷 )와 같은 괘는 내쪽이 분발 진행하는데 대해서 상대방 역시 내쪽을 향해서 진행하니 서로 의기투합으로 보거나 풍택중부(風澤中孚), 산택손(山澤損), 풍뢰익(風雷益) 등은 모두 피아(彼我)가 서로 향하는 모습이 된다.

산풍고(山風蠱), 간위산(艮爲山), 풍산점(風山漸), 손위풍(巽爲風)괘는 상대방은 내쪽을 향해 오는데, 내쪽은 상대방에게 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뇌택귀매(雷澤歸妹), 진위뢰(震爲雷), 택뢰수(澤雷隨), 태위택(兌爲澤)괘는 이와 반대로 내쪽에서 상대방으로 향하나 상대방은 내쪽에 불응하는 모습이 된다.

택풍대과(澤風大過), 택산함(澤山咸), 뇌산소과(雷山小過), 뇌풍항(雷風恒)괘는 피아 모두 서로가 불응하여 등 돌리고 있는 모습이 된다.

다음은 ‘실점예’로 혼담의 중매를 맡았던 사람이 남녀 양가의 승낙으로 정혼이 성립된 뒤 그 혼례식 날을 택일하기 위해서 여자 측의 형편을 듣고자 서신을 보냈는데 이에 대해 전혀 답신이 없어 그 가부를 알고자 문점해 ‘대유지중부(大有之中孚) 삼·사·오효변’을 득괘하고 다음과 같이 점고했다.

대유(大有)는 ‘크게 소유한다’는 뜻으로 약간 늦어지는 감이 있으나 지금 변해서 중부가 됐다. 중부는 내쪽이 상대를 향하면 상대쪽도 이에 응해서 내쪽으로 향해오는 모습이니 서로가 성의를 다한다는 뜻이 있고, 또 중부의 대괘(大卦)는 이화(離火)로서 ‘문서, 소식’을 의미하니 3일에서 5일내에 답신이 곧 올 것이라고 점단했다. ‘다니가와 류장(谷川龍山)’


다음은 대인래부(待人來否)의 점법이다.

이는 기다리는 사람이 과연 올 것인가를 알기 위한 방법이다. 이에는 외괘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보고 판단하는 방법과 빈괘, 즉 종괘에 의한 판단 방법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외괘로 판단하는 점법으로 ‘다니가와 류장(谷川龍山)’의 ‘실점예’이다.

외괘는 기다리는 사람(待人)이 올 것이냐 아니냐(來否)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예컨대, 대인래부(待人來否)를 점해 ‘택풍대과(澤風大過)’의 불변괘를 얻었다면 대과는 ‘크게 지나치다’는 의미가 있고 또 외괘의 태택은 거꾸로는 손풍으로서 아직은 내쪽으로 향하는 모양이 보이지 않고 등을 돌리는 모습이니 ‘오고자 하는 날을 연기할 것이’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은 종괘(綜卦) 또는 빈괘(賓卦)에 의한 판단 점법이다.

내 쪽에서 본 괘를 주인괘라 하고, 상대방 쪽에서 본 괘를 종괘, 또는 빈괘라 한다. 예컨대, ‘산택손(山澤損)’은 내쪽에서 보면 손괘(損卦)이나 상대방 쪽에서 보면 ‘풍뢰익(風雷益)’이 되며, ‘수지비(水地比)’는 내쪽에서는 친하려 하는데 상대쪽에서 보면 ‘지수사(地水師)’가 돼 다투고자 하는 괘가 된다.


이에 대한 ‘실점예’로 상인 갑이 특산물을 담보로 해 상인 을에게 금전을 대부 받았는데 약속한 특산물을 적재한 선박이 오지 않아 상인 을은 ‘상인 갑이 과연 약속을 지켜서 특산물을 출하했는가에 대한 여부’를 문점하자 이를 점해 ‘산풍고(山風蠱)’ 불변괘(不變卦)를 얻고 다음과 같이 점단했다. 고(蠱)는 ‘파탄’을 의미하는 괘이니 선약을 어기는 점괘다. 상대 갑쪽에서 본다면 고괘(蠱卦)는 수괘(隨卦)가 돼 태택 중에 진(震)의 선박을 숨겨 놓고 있으니 적하(積荷)해서 특산물을 보내려는 조짐이 없다. 이는 특산물을 담보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금전을 사취(詐取)해서 돈만 빌려간 것이다.


다음 대인점(待人占)의 ‘실점예’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오늘이 상대방이 와야 할 약속날인데 아직 오지 않아 ‘상대방 래부(來否) 여하’를 문점해 ‘화풍정(火風 鼎)’불변괘를 득하고 다음과 같이 점단했다.

정괘(鼎卦)에는 ‘일이 고쳐진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오는 기일을 변경한 것이니 오늘 밤에 올 희망은 없다.

그 까닭은 정괘를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택화혁(澤火革)괘가 되어 해(離火)가 서쪽(兌澤)으로 들어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날이 새어 밝으면 다시 동쪽으로부터 해가 떠오르니 다음날 올 것으로 점단했다.

정괘(鼎卦)의 상은 동남방에서 해가 솟는 모습이고 혁괘의 상은 해가 서산 아래로 지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내 쪽과 상대방 쪽이 접촉하는 점도 있을 터인데 이는 어떻게 아는가. 이는 다음 호괘(互卦)를 통해 알 수 있다.

피아(彼我) 양자를 외괘와 내괘에 의해 판별하거나 혹은 본괘와 종괘(빈괘)에 의해서 주인, 빈객을 정했을 경우에 쌍방의 사이나 그 접점, 또는 교섭의 현재 상태 등은 어디를 보아야 하는가. 그것은 호괘를 연구 검토해야 한다.


호괘는 건괘(乾卦), 곤괘(坤卦) 두괘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괘에 다섯 개의 호괘를 갖고 있는데 이 중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호괘는 이효와 오효 사이 네 개의 효로 만든 호괘다. 아래 ‘산화비(山火賁)’괘는 다섯 개의 호괘를 포함하고 있다. 위 ‘산화비(山火賁)’ 본괘의 호괘 다섯 괘 중에서 ‘뇌수해(雷水解)’괘가 초·상효를 제외한 네 개의 효로 만들어진 가장 중심이 되는 호괘가 된다.

위의 대인점(待人占)에서 ‘화풍정(火風鼎)’ 불변괘를 득괘해서 상대방은 ‘택화혁(澤火革)’이 돼 오늘은 오지 않는다고 점단했는데,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혁괘(革卦)의 호괘를 살펴보면 혁괘의 이효와 오효 사이에 ‘천풍구(天風 )’가 들어있는데, 구괘( 卦)는 ‘뜻밖의 만남’을 의미하니 상대방에게 의외의 손님이 있거나, 여자문제가 발생해 부득이 오늘 오는 일을 내일로 미루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일이 진행되는 중간과정을 알기 위해서도 호괘를 연토(硏討)해야 하고, 점사(占事)의 숨어있는 속사정을 알기 위해서도 호괘는 중요하다.


다음은 호괘를 활용한 ‘마세쥬슈(眞勢中州)’의 ‘실점예’를 소개한다.

‘모인의 운세 여하’를 문점해 ‘서합지무망( 之无妄) 오효동’을 득괘하고 다음과 같이 점고했다. ‘모인의 미모(美貌)의 여동생이 뜻밖의 재난을 당해 급사했는데, 그것은 거대한 폭풍이 와서 거목이 쓰려졌을 때 그 밑에 깔렸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 아는 방법은 먼저 서합괘는 장애를 받는 괘로 무망괘로 변했으니 무망은 하늘의 재앙이므로 장애로 인한 하늘의 재앙이 있다.

즉, 미모의 여동생인 이화의 본외괘가 건천으로 변하고 건금이 진목을 금극목(金剋木)으로 극해 거목이 쓰러졌다. 이는 무망괘의 호괘에 ‘천풍구(天風 )’가 상효부터 삼효 사이에 있으니 구괘는 ‘우연한 의외의 사고’로서 하늘로부터 바람이 불어 거목이 쓰려졌을 때 이화 여동생이 재앙을 당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그 나무는 구괘의 상괘 건천은 공(公)을 의미하고 구괘 하괘 손풍은 목(木)을 뜻하니 두 글자를 합성하면 송(松)자로 소나무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무망괘의 호괘에 ‘풍뢰익(風雷益)’괘가 오효부터 초효사이에 있으니 익괘는 이익을 준다는 의미이니 모든 사람에게 이익을 주는 나무는 소나무임을 알 수도 있다.

이 ‘실점예’에서 무망괘로부터 두 개의 호괘인 구괘와 익괘를 찾지 못한다면 이와 같은 해석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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