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인생의 나침반이에요. 형편에 맞게 꾸준히 실천하겠습니다.”

해남 출신 남매가 어버이날을 맞아 고향 어르신들께 따뜻한 나눔을 전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해남군 화원면 출신 이태이(23·여)씨와 동생 이현준(18)군은 최근 해남군 화원면사무소에 20㎏ 쌀 30포대를 기부했다.

태이씨는 11일 “언니가 근무하고 있는 화원면사무소에 깜짝 이벤트로 기부하면 의미가 더 클 것 같았다”며 “전남 쌀 소비 촉진에도 동참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전달된 쌀은 남매가 직접 마련한 20포대와 남매의 아버지 지인 송기완씨가 추가로 후원한 10포대가 더해져 총 30포대다.

송씨는 “요즘 세상에 어른들도 하기 어려운 기부를 대학생, 고등학생이 하는 걸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며 태이씨 남매의 선행을 높이 샀다.

용인대학교에 재학 중인 태이씨는 용인시청에서 청소년에게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시간강사로 활동하며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쌀을 구입했다. 막내 현준(목포덕인고)군도 매월 받는 10만원의 용돈과 세뱃돈을 차곡차곡 모아 기부에 동참했다.

태이씨는 “기부하자는 말에 동생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흔쾌히 승낙해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기부한 쌀은 모두 해남 화원농협에서 구매한 것으로 지역 농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 담겼다.

태이씨는 “제가 기부한 쌀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한 끼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남매는 이번 쌀 기부 외에도 꾸준히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그동안 용돈과 장학금을 모아 목포 서부초등학교에 300만원 상당의 교육용 소화기를 기증했으며, 지금까지 삼남매가 함께한 누적 기부 금액은 총 2천만원에 이른다.

기부를 결심하게 된 데에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태이씨는 “친언니가 어릴 때부터 꾸준히 기부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눔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됐다”며 “또 증조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 ‘본가인 해남에서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주라’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그 말씀이 제 삶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부를 계기로 지역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학생 신분이라 큰 금액은 어렵지만, 앞으로도 제 형편에 맞게 쌀이나 생활용품을 꾸준히 기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태이씨는 지역아동센터나 독거 어르신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방향을 구상 중이며 기부뿐 아니라 해남군 푸드뱅크나 종합사회복지관, 아동센터 등에서 정기적인 봉사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무용을 전공 중인 태이씨는 “아이들에게 무용을 가르치며 즐겁게 몸을 움직이고, 자신감을 키워주는 활동도 해보고 싶다”며 “작은 재능이지만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데 쓰이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박현진·해남=박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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