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은 해양수산식품, 스마트 농수산, 푸드테크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을 주력으로 삼아왔다.

지역 대학 또한 이러한 산업과 연계한 다양한 교육·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청년 인재 양성에 힘써왔다.

그러나 여전히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산업 구조의 한계, 내수시장의 협소,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역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어려움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호남의 산업은 지금 노령화된 인력 구조라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수산업과 농업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이미 60세를 넘어섰다.

젊은 인력은 지역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전문 인력의 부족은 제품 개발, 해외 마케팅, 수출 인증 등 고부가가치 단계에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장 경험은 풍부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언어와 규범, 기술을 이해하고 대응할 인재는 부족하다. 이로 인해 좋은 상품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해외 진출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구조적 한계를 넘기 위해 대학과 기업, 청년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단일 주체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기업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기 어렵고, 대학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경험을 담아낼 수 없다. 따라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협력 구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대학생들의 참여는 단순한 보조적 역할이 아니다. 해외 시장 개척 과정의 어려움은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된다. 기업과 함께 해외 전시회에 나가 현지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촉을 돕고,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일은 대학생이기에 가능하다.

이는 기업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학생들에게는 실무 능력과 국제 감각을 길러주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필자는 이 과정을 옛날 장터를 누비던 ‘보부상’에 비유하고 싶다. 보부상은 단순한 행상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지역의 물산을 알리고 교류를 이끌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던 개척자였다. 오늘날 우리 대학생들이야말로 현대판 보부상이다.

기업과 함께 해외 무대에 서서 호남의 해양수산식품과 푸드테크 제품을 알리고 팔며, 그 과정에서 얻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개선과 혁신을 이어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협력과 참여가 학생들에게 지역 성장에 대한 책임감을 심어준다는 사실이다.

노령화와 인력 부족으로 신음하는 산업 현장을 직접 체험하면서, 학생들은 단순히 학습자가 아니라 지역 사회를 지켜내야 할 주체라는 자각을 얻게 된다.

이 책임감은 청년 세대가 지역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지역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창출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호남의 주력산업은 잠재력만으로는 더 이상 빛을 발할 수 없다. 이제는 대학, 기업, 청년이 서로 협력하고 함께 참여해야만 지역이 살아남을 수 있다.

각자의 역할을 넘어 서로를 연결하는 다리로 나설 때, 우리는 노령화·전문인력 부족이라는 현실의 벽을 넘어설 수 있다.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참여 없는 발전은 불가능하다.

대학생들이 현대판 보부상이 돼 기업과 함께 세계 시장을 두드릴 때 호남은 비로소 국내의 한정된 산업권을 넘어 글로벌 개척자로 설 수 있다.

지역 발전은 그 누구의 몫도 아닌, 우리 모두가 협력하고 참여할 때만 가능하다. 호남의 미래는 협력과 참여 속에서만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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