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19(일)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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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했어도 아직 건강합니다. 75살까지 근무하길 희망하는데 그렇게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지난 16일 오전 8시 광주 남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낙엽을 쓸고 있는 김모(74)씨의 목소리에는 담담함과 동시에 단단한 의지가 묻어났다. 가을바람이 부는 아침, 배드민턴장 곳곳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는 그의 손놀림은 젊은 사람 못지않게 부지런했다.
김씨는 “출근이 오전 6시 반이라 좀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밤새 순찰도 돌고 택배 정리도 하고 주민 민원도 챙기다 보면 하루가 금세 간다”고 미소를 지었다.
‘경비원’이라는 직책은 이름 그대로 아파트를 ‘지키는’ 사람을 뜻하지만, 요즘은 단순히 경비만 서는 것이 아니다. 쓰레기 분리배출, 택배 안내, 주차 지도, 청소 등 사실상 관리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능 일꾼에 가깝다.
김씨는 한 직장에서 30여년을 근무하다 61세에 은퇴했다. 하지만 은퇴 후의 삶은 생각보다 길고 고달팠다. 광주시체육회, 상공회의소 등에서 단기 근무를 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다 지금의 아파트에 근무한 지도 벌써 6년째다.
그의 하루 근무 시간은 무려 24시간이다. 오전 6시30분 출근해 다음날 같은 시간까지 일하고 하루를 쉬는 격일 근무자다. 중간중간 식사나 휴식 시간이 주어지긴 하지만 실제로는 하루 14시간가량을 꼬박 일한다.
김씨가 받는 한 달의 노령연금은 80만원 남짓. 이 금액으로 생활하긴 턱없이 부족해 60세 이후에도 쉬지 않고 일터를 찾아야 했다.
그는 “아무 일도 안 하면 더 늙는 것 같은 느낌인데 몸이 피곤해도 일하고 있으면 마음은 덜 외롭다”며 “요즘은 대부분 연금으로 살기 어려워 60대 중반 공무원이나 공기업 퇴직자들도 많이 와 75세 정도까지 일하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정을 가진 사람은 김씨뿐만이 아니다.
목포에 사는 최모(68)씨도 5년째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다.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 운전하며 승객을 태우고 내리는 일을 반복한다.
최씨는 “연금이 한 달 50만원 정도 들어오지만, 그걸로는 생활이 안 된다”며 “그래서 택시 운전을 하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처럼 고령 택시기사들의 근무 환경도 녹록지 않다. 젊은 사람들과 달리 하루 일하면 피곤함으로 다음 날은 쉬어야 해 만근 수당을 받을 수 없고 계약기간도 1년 단위라 장기 근무를 보장받기 어렵다.
이처럼 경제적 이유로 다시 일터에 나서는 ‘노년 근로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노인 일자리 사업을 점차 확대하는 추세다.
광주의 한 구청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사업은 단순히 생계 지원을 넘어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경로당, 급식, 청소, 공원관리 등 다양한 형태로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참여자 선발에는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으며 복지부 기준에 따라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공정하게 선정한다”며 “예산도 꾸준히 늘어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약 500명 정도의 일자리가 더 늘어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안태호 기자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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