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연구개발(R&D) 예산이 수도권에 지나치게 집중되면서 의료취약지역인 전남이 심각한 투자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담양·함평·영광·장성)은 22일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R&D 예산이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며 “이는 단순한 예산 편중을 넘어 지역 의료 역량과 산업 기반의 격차를 고착화시키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5년간(2021년-2025년 10월)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 R&D 예산은 총 3조2천332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서울(49.2%)과 경기(19.2%) 등 수도권이 71%를 차지한 반면, 전남은 0.6%인 190억원에 불과했다.

의료 수요가 높고 고령인구 비율이 전국 최고 수준인 전남이 이처럼 낮은 R&D 지원을 받는 것은 명백한 지역 불균형 사례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이 의원은 “의료 수요가 높은 전남이 국가 연구개발 투자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다”며 “이는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기조와 건강 형평성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전남은 의료 접근성과 인력 기반 모두에서 전국 최하위권이다. 중증응급환자의 타 지역 유출률은 51.2%로 전국 평균(19.9%)의 2배를 넘고, 권역응급의료센터 60분 이내 이용률은 55.0%로 시·도 평균(74.2%)에 미치지 못한다. 공중보건의 인력도 2020년 637명에서 2025년 477명으로 18.6% 감소했으며, 노인 인구 비율은 27.2%로 전국 평균(20.0%)을 크게 상회한다.

이개호 의원은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수요가 높은 지역이 복지부 보건의료 R&D 예산의 1%도 배정받지 못하는 것은 명백한 ‘지원 역전 현상’”이라며 “단순한 행정적 불균형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 나아가 지역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의원은 “수도권 중심 연구개발 구조는 연구 인프라·전문인력·산업 연계 등 모든 면에서 지방의 역량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며 “투자 부족이 다시 연구 기반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정부 차원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건의료 R&D는 단순한 연구 지원이 아니라 국민 건강과 지역균형발전, 산업 생태계 형성에 직결되는 전략적 공공투자”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보건복지부는 수도권 편중을 완화하고 전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의 연구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균형 R&D 전략과 맞춤형 패키지 사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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