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1(수)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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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대학원 진로 문제로 고민할 무렵, 친구 녀석이 핀잔(?)처럼 내뱉은 말이 있다. “그 좋은 머리를 다른 데 쓰지, 뭐하러 ‘굶는 학(국문학)’에 뛰어들어 개고생하냐”는 것이었다. 불투명한 앞날을 걱정하는 친구의 애정 어린 말이겠지만, 응원은 하지 않을지언정 찬물을 끼얹는 녀석의 태도에 못내 섭섭하고 마뜩잖았다.
그 후, 나는 문학판에 뛰어들었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글을 쓰는 것도 노동이므로, 문학이 곧 밥이 되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다. 글을 쓰는 사람도 엄연한 사회의 일원이기에 가정도 건사해야 하고, 세상을 살면서 ‘사람 노릇’ 하려면 경제적 측면을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몇몇 인기 작가를 제외한 문학인 대부분이 글을 써서 생계를 유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진 않은 일이다.
이 같은 문학적 현실은 우리나라의 성인 월평균 독서량(0.8권)에서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EBS가 올 1월 기준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6.6권), 일본(6.1권), 프랑스(5.9권), 중국(2.6권)에 이어 우리나라가 0.8권으로 맨 꼴찌로 이름을 올렸다. 선진국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러한 현실에서 박홍률 목포시장이 ‘문학 도시’ 구현을 선언하고 나섰다. 오는 9월 개막을 앞둔 제2회 목포 문학 박람회가 그 매개다.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행사 한 번 치르려면 적어도 10억 원 이상은 소요될진 데, 문학의 대중화를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린 박 시장의 인문 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박 시장이 ‘문학 도시, 목포’ 구현에 자신감을 가진 데에는 명분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목포만큼 문학 자원이 풍부한 곳은 드물다. 한국 근대극의 선구자 김우진을 비롯해 최초의 여류 소설가 박화성, 수필의 비조 김진섭, 문학평론의 독보적인 존재 김 현, 사실주의 연극을 개척한 차범석, 황현산·김지하·최하림으로 이어지는 문학의 산맥은 실로 우람하다. 목포가 한국 근현대문학의 산실이란 점을 재빠르게 캐치 한 박 시장의 시각은 매우 신선해 보인다.
목포 문학 박람회는 문학을 주제로 개최되는 국내외적으로 드문 사례다. 따라서 목포가 우리나라 문화예술행사의 지평을 넓힌 셈이다. 전례가 없는 새로운 행사를 시도하는 배경엔 박 시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자부심과 목포 문학의 자긍심이 깔린 듯싶다. 21세기 인문 시대에 부응한 그의 참신한 문화 행정이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그리고 목포는 국내 첫 개항이라는 의미와 함께 100년 전 근대 문화유산이 원형 그대로 보존돼 볼거리가 많다. 이 또한 문학 박람회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장점으로 작용할 터이다.
이번 박람회는 목포 문학의 우수성과 고유성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문학의 대중화와 산업화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문학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문학은 독서 행위를 통해서만 향유 하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목포 문학 박람회 개최를 계기로 다양한 측면에서 문학의 새로운 향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 같다.
특히 이번 행사가 문학 전문 박람회로서의 위상과 대중성을 담보한 비전과 목표 제시로 문학산업화의 디딤돌, 즉 ‘문학이 곧 밥이 될 것’이란 희망을 주고 있다. 9월을 기다리는 설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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