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7(목)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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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8시30분께 광주 광산구의 한 아동병원. 진료 시작을 30분 앞둔 시간이지만, 이미 대기석은 만석이다. 아이의 마스크를 단단히 고정하던 A씨는 “말도 못하는 우리 아이가 열이 나고 울어서 앞이 깜깜했다. 유능하다고 소문이 난 B 원장님이 있는 이 병원을 찾게 됐다”며 “줄이 길어 회사에 반차를 내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 소아청소년과 병원들에서 진료를 받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광주지역 소아청소년과 의원 및 전문의 수는 출생아 대비 적지 않아 이같은 상황의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광주시의사회 등에 따르면 광주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동구 3곳, 서구 5곳, 남구 6곳, 북구 5곳, 광산구 9곳 등 총 28곳(전문의 91명)이 운영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인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광주기독병원 등까지 포함하면 광주 전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최소 128명이다. 또 일반 종합병원 등 소아청소년과를 진료하는 종합병원 총 병원 수까지 더할 경우 통계청 추산 총 41곳으로, 전문의는 더 늘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소아청소년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출생아 수 추이는 어떨까.
지난 10년 간 전국 출생아 수는 2013년 43만6천500명에서 2022년 24만9천명으로 43% 곤두박질 쳤다. 반면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2013년 2천183곳에서 2022년 2천135곳으로 약 2.2% 감소에 그쳤다.
광주지역을 보면 출생아 수는 2013년 1만2천729명에서 2022년 7천441명으로 41.54% 줄었고,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57곳에서 41곳으로 28% 감소했다.
그러나 전문의가 5명 이상 있는 대형 아동병원·종합병원 개원과 출생아 수 감소를 비교해보면 ‘오픈런’을 부르기에는 다소 어려운 수치다.
지역 의료계는 ‘오픈런’ 현상을 코로나19가 불러왔다고 입을 모았다.
조영국 조선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지난 3년여 간 코로나를 겪으면서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 질환이 확연하게 줄었고, 이에 아동·중소병원들이 경영난을 버티지 못하고 인력을 축소하거나 소아과목 진료를 포기했다”며 “하지만 마스크 해제로 호흡기 등 바이러스 질환이 유행으로 번졌고 부모들이 일부 유명한 원장이나 병원을 찾으면서 오픈런 현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한승표 광주시 소아청소년과 개원협의회장은 “출산율과 인구 감소의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 시기 소아 환자가 크게 줄면서 소아청소년과 병원 상당수가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이는 페이닥터 등의 고용 해지와 타지역 유출로 이어졌고, 현재 일부 인기 있는 대형아동병원 등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와 별개로 전공의의 소아청소년과 기피현상에 대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의 어려움으로 전문의가 줄어든 상황과 ‘오픈런’ 등 업무 과중을 본 전공의들의 외면 현상이 더욱 심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 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이 정년에 임박하면서 대체 인력이 없어 필수의료 체계의 붕괴까지 거론되고 있다.
한 회장은 “현재 광주지역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대부분이 정년을 앞두고 있다. 젊은 전문의가 메워야 할 자리를 채우지 못해 정년을 연장하는 의료진도 다수”라며 “전공의 외면 현상이 지속된다면 향후 지역 소아청소년과 의료계 붕괴는 사실이 될 것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할 경우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오복 기자
오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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