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중(전남도 지역계획담당 사무관)
　곱게 조성된 잔디밭에 길이 나면 두가지 방안이 있다. 잔디보호를 위해 출입금지 팻말을 붙이는 것과 훼손된 잔디밭을 아예 통행로로 개방하는 것이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것이다. 급한 사람들은 '통행금지'를 무시한 채 여전히 지름길이 되는 그 길을 갈 것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길을 내는 것은 또 다른 잔디밭의 훼손을 낳을 수 있다.
　환경측면에서 보면 잔디밭은 보호되어야 한다. 개발측면에서는 필요한 길을 내야 한다. 이처럼 공익이 상충된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 것인가? 훼손된 부분만큼 잔디밭을 더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몰지각한 사람들을 엄히 단속해야 할까. 사소한 문제지만 이에 대응하는 시각에 따라 결과는 판이하게 나타날 것이다.
　잔디밭은 환경을 상징하고 도로는 개발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보면 환경보전과 개발은 언제나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개발'이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개발'이라는 말이 들어있다고 해서 개발쪽에 비중을 둔다면 곤란하다. 지난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야 한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또한 1987년 UN 세계환경개발위원회에서도 지속가능한 개발은 '다음 세대가 필요로 하는 여건을 훼손함이 없이 현 세대의 욕구에 부응하는 수준의 개발'이라고 정의했다. 즉 현세대가 필요한 만큼 개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전라도의 경우 현 세대의 욕구에 부응하는 수준의 개발은 타지역보다 높다고 할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 지역은 개발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이 살아있는 지역을 보전하는 그 자체가 투자가 되고 부가가치를 안고 있다고 보면 발상의 전환을 꾀할 수 있다. 지금 시대는 환경보전이 곧 낙후의 지속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에서는 훼손된 환경의 복원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는 중이다. 이러한 시대흐름이 바로 삶의 질의 추구이며, 우리 사회에서도 '웰빙'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전남도에서는 그간의 개발의 열세를 역이용해 환경과 자연을 상품화하는데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5대 생태공원조성 사업'이다. 야생동물·뱀·야생화·생약초·갯벌공원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여기서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낼 계획이다. 뱀독을 연구해 항암제 등 신약을 개발하고 생약초를 통해 한방산업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의미의 개발이 될 것이다. 즉 환경보전과 생태복원의 과정을 통해 얻은 각종 연구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환경보전이 개발의 반대, 개발이 환경파괴라는 등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발계획이든 환경보전사업이든 다의적인 가치를 포함하는 복합설계를 해야 한다. 아시다시피 '지속가능한 개발'이란 환경과 개발을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서로 다른 공익적 가치가 충돌할 수 있으므로 이를 절충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길을 넓힐 때나, 그 반대로 잔디밭을 넓힐 경우 이해 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래야 제2, 제3의 천성산 도룡뇽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
　전남에서 내세운 5대 생태공원 조성사업은 기존의 봉이 김선달식의 단순한 '생수'산업을 뛰어넘는 신선한 발상이다. '그린 전남'의 이미지와 부합할 뿐 아니라 '잔디냐 길이냐'의 선택에서 제3의 길을 제시한 셈이라고 볼 수 있다. 공원조성을 위해 내는 길이 '잔디밭'을 넓히는 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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