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고 뜨거웠습니다. 그 여름을 하루라도 빨리 보내고 싶어서 그랬는지, 내쫓기라도 하듯 태풍이 한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우리 곁을 휘졌고 지나갔습니다. 너무도 큰 생채기를 남기고….

그런데 참으아리는 태풍도 겁나지 않나 봅니다. 태풍 볼라벤과 덴빈에 의해 가로수는 뿌리째 뽑혔으며, 숲 속의 소나무는 꺾였는데 그 소나무에 붙어서 꽃잎 하나 다치지 않고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하얀꽃을 피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우리공원에서는 참으아리가 관람객이 자주 지나다니는 관찰로 옆 소나무에 몸을 바짝 붙들어 매고 꽃을 피워냈습니다. 어쩌면 그곳을 지나가면서도 눈에 잘 띄지 않아 못 보고 지나쳐 버려서 아쉬움을 더 할 지도 모릅니다. 참으아리 꽃의 매력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언제 보아도 깨끗하고 맑은 그런 꽃입니다.

참으아리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서 다른 이름은 서슬나무, 왕으아리, 구와으아리, 음등덩굴, 주름으아리 등으로 불립니다. 또 매운맛이 있어 맨손으로 잎을 많이 꺾거나 따면 손이 아려 꼬칫대라고도 한답니다. 식물이름 중에서도 참 자가 들어가는 것은 진짜라는 의미도 있지만 식물분류로 보면 기본종이란 뜻이 더 강해 보입니다. 미나리아재비과 으아리속에서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종류가 참으아리에서 변이되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 말이라 생각됩니다. 5월에 피는 으리리속에 클레마티스는 꽃도 크고 색상도 화려하며 많은 품종이 원예화 돼 우리들의 눈을 호사스럽게 한답니다. 으아리속에서도 속명 Clematis(클레마티스)는 clema (어린가지)라는 뜻과 그리스어의 klema (덩굴) 이란 뜻에서 유래되었으며, 길고 부드러운 가지로 뻗어가는 특징을 고려한 것이라고 합니다.

참으아리의 잎은 마주나며 3-7개의 소엽으로 구성된 우상복엽입니다. 꽃은 7월~9월에 피며, 지름 2-3cm로서 하얀색의 꽃이 잎이 붙어있는 자리에서 나는 것과 줄기나 가지 끝에서 나는 원추화서, 또는 취산 취산화서에 달려 피며 향기가 있습니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받침인데 꽃받침 잎은 4개로 긴 타원형이며 길이는 털은 거의 없고, 수술대는 꽃밥 보다 깁니다. 덩굴줄기는 가늘며 어릴 때는 털이 있다가 커서는 없어지고, 크기는 다른 식물 몸통을 감고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덩굴손을 이용하여 걸쳐지고 기대면서 5m까지도 자랍니다. 한방에서는 으아리 종류를 위령선이라고 하며 유독식물로 분류됩니다.

칡덩굴처럼 다른 식물을 감고 자라면서 죽이고 자기가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나 식물에 걸치고 기대면서 자라며 다른 식물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는 식물입니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더위도 잊고 참으아리 꽃향기 맡으러 공원을 찾아보시는 것은 어떠한지요. 이른 가을 참으아리가 있는 곳으로 초대합니다.

/김택곤·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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