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8일(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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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힐링명소] 싸목싸목 걷다 보면 싱그러운 녹음 온몸에 휘감겨
광주매일신문·광주평화방송·사랑방신문 공동기획
남도 힐링 명소를 찾아서 (18) 보성 제암산 더늠길

  • 입력날짜 : 2014. 05.20. 20:24
보성 제암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편백나무숲 5.8㎞의 더늠길은 전 구간이 나무 데크로 만들어져 있어 유모차를 탄 유아부터 노약자, 휠체어 사용자 등 평소 산을 오르지 못한 보행약자들도 이용할 수 있다.
태양이 찬란한 계절이다. 눈부시게 시린 햇살에 못 이겨 봄은 부지런히 무르익고 있다.
보성 제암산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더늠길’은 요새 봄의 생기로 충만하다. 나무들은 초록빛 제 색 찾기에 여념이 없고 가는 곳마다 온통 푸름, 푸름이다.

그 길은 어느 누가 오더라도 기꺼이 반겨준다. 쉽사리 산행을 시도하지 못했던 보행약자들마저 너른 품으로 포용한다.

초록색이 본디 이 색이랴. 보성 제암산휴양림은 싱그러운 신록이 한창이다. 눈길 닿는 곳마다 온몸에 푸름이 휘감기니, 그 빛에 금방이라도 취할 지경이다.

‘제암산’은 정상에 ‘임금제(帝)자’ 모양의 큰 바위가 솟아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807m의 제암산은 보성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나라가 어려울 때 국태민안을 빌고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는 등 신령스러운 산이었다.

이러한 제암산휴양림을 넘나드는 ‘더늠길’은 준비기간만 4년여.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작년 10월 개통했다.

더늠길은 양쪽 난간이 서로 다르다. 자연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한쪽 난간은 높이고 다른 한쪽 난간은 낮췄다.
이 길은 올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5월에 가볼 만한 곳’ 중의 하나로도 꼽혔던 장소이기도 하다.

보성은 본디 소리의 고장으로, ‘더늠길’이란 이름 또한 판소리 용어 중 명창의 으뜸 재주를 뜻하는 ‘더늠’에서 따왔다.

이 길은 전 구간을 다 돌면 5.8㎞ 코스이다.

나무 데크로만 연속적으로 이어진 순환 데크 길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산 능선을 따라 싸목싸목 걸으면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린다.

특히 더늠길은 누구에게나 열린 숲길이라 더욱 의미가 크다. 산이 아무리 가파르더라도 나무 데크는 평균 경사 5-8°를 유지한 덕에 유모차를 사용하는 유아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 휠체어 사용자 등 산을 오르지 못한 보행약자들까지 모두 감싸안는다.

더늠길은 제암산휴양림에 자리한 숲속의 집 ‘물빛언덕의 집’이 출발점이다.

숲에 들어서기 전, 초입에 길게 늘어선 새끼줄이 인상적이다. ‘건강하게 해주세요’ ‘오래도록 사랑하게 해주세요’ ‘부자 되게 해주세요’ 제각기 다른 소원을 담은 나무목걸이들이 새끼줄을 꽉 붙들어 매고 있다.

더늠길은 사시사철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봄에는 산벚꽃과 철쭉이 화려함을 더하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 가을에는 억새, 겨울에는 새하얀 설경을 선사한다.

특히 단풍나무, 매실나무, 산벚나무, 소나무, 도토리나무 등 수종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아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으로 갈아입는다. 더구나 이곳에는 침엽수보다 활엽수가 주를 이루고 있어 요즘처럼 햇살이 따스한 정도를 넘어 다소 뜨거운 날에는 자연스레 해가림막을 만들어준다.

울창한 나무들 덕에 걷는 내내 시원하다.

빛나는 햇살도 나뭇잎에 스르륵 부딪혀 달아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걸을 수 있는 길이, 바로 더늠길이다. 빼곡하게 들어찬 나무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있어 비도 눈도 이곳에선 쉽게 내려앉을 수 없다.

군데군데 보행약자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들어온다. 휠체어와 사람들이 교행할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천천히 쉬어 가라고 군데군데 자그마한 쉼터를 마련해놨다.

더늠길의 나무데크는 난간이 짝짝이다. 한쪽 난간은 낮고 한쪽 난간은 높다.

양쪽 모두 높게 만들면 숲과 단절될까봐, 조금이라도 숲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한쪽 문턱을 낮춘 것이다.

그래서인지 손만 뻗으면 두 손에 숲이 쏙 들어올 것만 같다. 손가락 끝에 나뭇잎이 스친다. 바스락 부딪히는 소리마저 상쾌하다.

점차 자연 속으로 빠져든다. 아련하게 들리는 새소리가 경쾌하다.

땀방울이 맺힐 때쯤 부드럽게 부는 봄바람이 한소끔 식혀준다. 숨죽이고 가만히 걷고 또 걸으니 나뭇잎에 부딪히는 바람소리와 내 숨소리가 섞여 곧 하나가 된다.

얼마나 걸었을까. 오르막길이 끝날 때쯤 15ha에 달하는 편백나무 군락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윽한 편백향이 코끝을 스친다. 군더더기 없이 호리하게 쭉 뻗은 편백나무가 한동안 시끌했던 마음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더늠길 중 가장 높은 500m 능선에 이른다. 제암산 정상이 훤히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대다. 정상에 우뚝 솟은 임금바위가 장엄하게 내비친다. 힘들여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편하게 임금바위를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걸어온 보람이 생기는 타이밍이다.

나무를 그대로 살린 구간도 눈에 띈다. 자연을 조금이라도 보존하기 위한 손길이 베어 있다. 좁은 숲길 사이로 내려오는 물소리도 시원하게 부서진다. 이 작은 물길들은 모이고 모여 산 아래 계곡을 형성한다. 여름철이 되면 이 시원한 계곡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해진다.

이제 끝인가 싶었는데 아직이란다. 더늠길은 1㎞ 조금 못되는 수변데크를 빼놓을 수 없다. 오른편에는 푸른빛의 드넓은 대산저수지, 왼편으로는 울창한 숲을 끼고 가로지르는 길이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굵직한 나무 사이사로 언뜻언뜻 비치는 청록색 물도 황홀경이다.

더늠길 한 바퀴가 금세 끝났다. 산 하나를 돌아왔는데 가벼운 산책을 끝낸 기분이다. 지나가는 봄이 아쉽지만 여름에 또 다른 풍경이 기다리고 있으니 돌아가는 걸음이 아쉽지 않다.

/글·사진=사랑방신문 김지연 기자 sunny-jy35@sarangb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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