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내려졌던 폭염주의보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입추를 지난 근래의 여름밤은 가끔 쌀쌀한 기운마저 들게 한다. 이제는 폭염을 넘어 태풍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기이다. 일터에서는 강풍을 동반하는 태풍에 의한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8월 전북 완주의 모 아파트에서 한 경비원이 순찰 중에 목숨을 잃었다. 당직근무로 아파트 주변을 순찰하다 태풍으로 인하여 강풍이 세차게 불자 몸을 피하기 위해 컨테이너박스로 만든 사무실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당시 불었던 강풍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컨테이너박스 자체가 넘어지면서 재해자를 덮쳐 현장에서 사망한 사건이다. 그 당시 불었던 태풍의 이름은 볼라벤 이었다.

또한 지난달 충남 보령에서도 강풍에 의한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3명의 근로자가 접안안벽에 계류 중인 바지선의 보강작업을 하다 파도에 휩쓸려 바다로 빠지면서 1명이 실종되고, 1명이 익사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고현장의 당시 풍속은 9.7m/s로 강풍이 불고 있었으며, 2-4m 정도의 높은 파도가 치고 있었다. 당시 근로자들은 안전대나, 구명장구를 미착용한 상태였다.

이 두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상조건은 비록 불가항력적이지만, 사전에 충분히 예방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첫 번째 사례는 태풍으로 인한 강풍이 부는 기상일 경우 가급적 실외작업을 피해야 하며, 강풍에 의해 날아가거나, 넘어질 가능성이 있는 구조물이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 사례도 마찬가지로 야외작업을 가급적 피하고, 근로자에게 안전대나 구명장구 등을 지급하여 착용토록 해야 했다. 일터에서의 “작업 전 안전점검”과 “안전수칙 준수”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태풍이 부는 악조건 상황에서 안전한 작업장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점검표를 만들어 수시로 위험요인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풍에 의해 설비 및 구조물이 움직이거나 넘어지지 않는지, 근로자가 적정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는지 확인하여 점검표에 기록하고, 보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태풍 피해 발생 시 신속한 보고체계 정립 및 응급처치요령 숙지 등의 방법이 요구된다. 물론 근로자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교육도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는 복잡한 생활 속에서 예기치 않은 크고 작은 사고와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내일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 위험의 가능성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기상청은 올해 강한 엘니뇨 현상에 의한 해수면 온도 상승 등으로 44년 만에 가장 많은 태풍이 한반도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는 강풍을 동반하는 태풍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비를 피하기 위해 우산 정도는 준비할 수 있는 것처럼 사업주와 근로자, 지역사회, 안전전문기관 등이 하나가 되어 재난에 대비한다면 분명 그 피해는 줄 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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