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예술공간 집이 오는 19일까지 문선희 사진작가를 초청, 기획전 ‘거기서 뭐하세요’를 마련한다. 사진은 문 작가의 ‘거기서 뭐하세요’ 시리즈 작품.

“408일의 기록이 하늘을 견뎌야 하는 누군가에게 어떤 기준이 될까 두렵다.”

하늘 높이 솟은 구조물 위에서 408일을 견딘 어떤 노동자가 한 말이다. 그는 하늘 위에서의 기네스 신기록을 세운 소감을 이같이 말한 뒤 바로 유치장으로 끌려갔다. 그의 말은 한 작가의 가슴을 파고들었고, 작가는 ‘고공농성’에 대한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광주의 문선희 사진작가가 ‘고공농성’에 대해 작업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전시가 마련된다. 오는 19일까지 광주 동구 장동 예술공간 집(제봉로158번길 11-5)에서 열리는 전시 ‘거기서 뭐하세요’전이 바로 그것이다.

광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문 작가는 사회문제나 사람들, 현실 속 벌어지는 이슈들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2015년엔 발굴금지기간이 해제된 구제역, 조류독감 매몰지 100여곳을 찾아가 현장을 담은 작업을 처음 선보였다. ‘묻다’란 주제의 이 시리즈에선 곰팡이로 부패된 토양, 황폐화된 땅 등 당시의 참혹한 현장을 포착해내 눈길을 끌었다.

2016년 이어진 시리즈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에선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초등학생이었고, 지금은 중년이 된 사람들을 인터뷰해 당시의 기억을 엮어냈다. 인터뷰 참가자들이 사는 집 인근의 골목길, 벽 등을 사진으로 찍고 직접 인터뷰한 내용을 묶어 책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를 발간했다.

고공농성을 소재로 하는 시리즈 ‘거기서 뭐하세요’는 작가의 세 번째 작업이다. 앞서 말한 노동자의 말에 영향을 받은 문 작가는 지난 3년여간 빌딩 숲이나 공장단지에 있는 고공농성에 몰두했다.

작가는 사진 작품을 통해 고공농성 구조물들을 수평선 위, 화면 중앙에 세움으로서 오직 그 장소에 집중하게 만든다. 작가는 세상의 끄트머리처럼 보이는 수평선 위에 고공농성의 장소들을 세움으로써 그들의 절박함을, 우뚝 세움으로써 그들의 강인함을 드러내고자 했다. 평범한 하늘은 일상적인 사건이 된 고공농성을, 흑백은 확성기를 대고 떠드는 것이 아니라 묵언수행을 하는 듯한 고공농성의 특징을 담아낸다.

문선희 작가는 “비록 직접적인 동기는 신문의 기사 한 줄이었지만, 사회 초년생 시절에 경험한 5년간의 비정규직의 경험이 없었다면 그의 한 마디가 그렇게 가슴 깊은 곳까지 닿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며 “전시를 통해 한 존재의 고독에 대해 생각하고 우리 시대·우리 사회가 절박한 인간을 대해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30분-오후 6시.(전시 문의 062-233-3342)/정겨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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