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참으로 무던하게 살았다. 마치 성인지 감수성이 탑재되지 않은 인간처럼. 때로는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 했던 적도 많다. 성희롱을 인지했지만 말꼬리를 늘어뜨리기 싫거나, 대립하길 원치 않아 참아 왔던 때가 부지기수다. 우리는 2년 전 미투(Me too)운동을 통해 쉽게 발현되지 않았던 ‘여성’이라는 연대의 힘을 경험했다. 목소리를 내었고 기성세대의 인식과도 맞서 싸웠다. 정치인들은 물론, 경제·문화·사회 전반의 기득권을 쥐고 있었던 저명인사들이 다수 몰락했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미투 운동에 대한 기억을…2020-08-24 18:39

“광주에 가면 어디를 둘러봐야 하나요?” 타지에서 광주로 놀러오는 방문객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광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명소는 무등산이다. 해발 1천187m의 무등산은 사실 수십년을 광주에서 살아왔던 지역민 중에서도 정상까지 오른 사람이 드물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무등산은 등산이 아니고선 정상까지 둘러보기 어려워 훌륭한 관광자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문화수도라고 자부하고 있지만 시민들조차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문화·관광 자원인 탓에 오히려 타지로 나들이를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2020-08-19 19:42

폭우와 폭염이 교차하는 올해 여름은 ‘불청객’ 코로나바이러스까지 겹쳐 고난의 연속이다. 8월 초 6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구례, 담양, 곡성 등 전남지역에 침수 피해로 인해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이재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했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흙탕물에서 집기를 하나라도 더 건져내는 등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가 긴급하게 담양, 곡성, 구례, 나주, 화순, 영광, 함평, 장성 등 8개 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면…2020-08-17 19:35

최근 광주·전남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곳곳에서 피해가 막심하다. 이번 재해로 10명이 목숨을 잃고 1명이 실종되는 등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3천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시설 및 재산 피해도 속출했다. 이런 가운데 침수지역에 대해 사전 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집중호우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서구 서창동 용두양배수장의 경우가 그렇다. 영산강 인근의 서창동은 강물 범람 우려가 있는 침수 위험지역에 해당한다. 양배수장은 농업용수를 받아다가 한해(旱害)가 들면 강에서 물이 부족한 논밭에 물을 공급하…2020-08-12 19:29

광주 남구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에는 광주 출신이면서 중국혁명음악가로 이름을 날린 정율성 선생의 거리가 있다. 정율성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사진과 음악, 영화 등을 전시한 기념거리다. 그의 업적과 발자취를 돌아보고, 한중 우호증진을 위해 지난 2009년 조성됐다. 그런데 아쉽게도 최근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야외에 조성된 탓에 날씨의 영향으로 수년째 고장과 훼손을 반복하고 있어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다. 전시작품은 누군가 도구로 긁어 곳곳이 훼손돼 있고, 키오스크는 장기간 고장난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당…2020-08-10 19:20

푹푹 찌는 더위에도 우리를 설레게 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바캉스(여름휴가). 바캉스(vacance)는 프랑스어로, 어원은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또는 ‘비우다’ 등을 의미하는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에서 유래됐다. 바캉스의 기원은 1936년 6월20일 프랑스 국회에서 통과된 세계 최초의 유급휴가 제도가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이 누리는 바캉스, 휴가의 기원인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더위에 지쳐버린 내 몸에게 황금 같은 휴식과 활력을 불어넣어줄 ‘바캉스’를 계획하고, 기다리며, 설렌다. 하지만 지난 1일…2020-08-05 19:28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한번쯤은 들어본 이야기다. 해님과 달님이 등장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래동화의 한 부분으로, 깊은 산 속에 살던 홀어머니와 오누이, 그리고 호랑이가 등장한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장터에 떡을 내다 파는 일로 남매를 부양해 온 어머니는 어느 늦은 밤 장터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첫 번째 고개에서 호랑이를 만나게 된다. 고개를 하나하나 넘을 때마다 호랑이에게 계속해서 떡을 준 어머니는 결국 다 빼앗겨 잡아먹히고, 그 호랑이는 오누이까지 잡아먹기 위해 오두막집으로…2020-08-03 19:44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것도 억울하지만, 주변의 편견과 소문이 가장 큰 상처입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의 아내 A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기자에게 건넨 첫 한마디였다. 남편이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A씨와 자녀들도 집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하게 됐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자 발생과 동선을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를 통해 익명으로 남편의 양성 판정 사실이 밝혀진 후 2시간 여 만에 수십 통의 전화가 빗발쳤다. A씨가 살고 있는 동네의 소규모 커뮤니티인 일명 ‘맘카페’에 가족의 신상정보가 공개돼 확진 및 자가격리 여부…2020-07-28 19:05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Untact) 시대의 문화예술은 ‘온라인 콘텐츠’를 양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모일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이 온라인상에 노출된다. 지난 반 년 간에 걸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화된 현대인들에게 온라인으로 향유하는 문화예술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코로나19 시국에 무관중 공연이나 전시가 한창이다. 현장에 직접 갈 수 없는 상황을 전제한 채, 여러 문화기관에서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2020-07-27 19:33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해 팬데믹으로 장기전에 돌입했다. 지난 4-5월간 광주는 지역감염 없이 주춤한 상태가 80여일 넘게 이어져 ‘청정지역’으로 자부했지만, 모두 방심했던 틈을 타 2차 유행으로 깊숙이 침투했다. 안타깝게도 지난 16일 광주에서 첫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다. 광주는 대전발 방문판매로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n차 감염이 계속되고 있다. 방역당국의 각별한 대응으로 다시 지역감염 신규 확진자 발생이 한 자리수를 유지하는 등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29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단…2020-07-20 19:08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반년이 흘렀지만 신종바이러스의 기세는 여전하다. 변이를 거듭하면서 지구촌을 괴롭히고 있다. 이 사태의 종말은 기약할 수 없다. 긴 호흡이 필요할 때다. 국내에서는 최근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소강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철저한 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해외유입을 제외하면 국내 코로나 확산 여부의 관건은 지역감염이다. 수도권과 광주발 코로나 확산이 국내 확진자의 70-80%를 기록하고 있다. 수도권은 워낙 유동인구가 많아 상시 코로나 확산의 위험을 안고 일상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광…2020-07-15 19:13

광주 서구의회가 물의를 빚은 의원들의 징계에 늑장 대응을 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서구의회 모 의원의 허위봉사실적 및 은폐 정황이 밝혀진 지 석 달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징계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의회 홍보예산으로 산 기념품의 대부분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모 의원의 행위까지 알려지면서 윤리특별위원회 구성 지연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거세다. 서구의회는 제258회 정례회 1차 본회의에서 ‘윤리특별위 구성 및 위원 선임의 건’을 의결키로 했지만 의원들 간 의견 불일치로 안건 심의는 연기됐다…2020-07-14 17:53

민선 7기가 반환점을 돌았다. 올 들어 코로나19 복병을 만나 난항을 겪긴 했지만 각 지자체는 다양한 지역 발전 사업을 발굴, 미래 기반 마련에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전남 22개 시·군 단체장들은 민선 7기 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업무 성과를 밝히고 남은 임기 동안 추진할 역점 사업을 제시했다. 지역 발전을 견인할 굵직한 정부 공모사업과 SOC 사업을 필두로 세심한 복지 정책까지 총망라하고 있다. 무엇보다 2년 전 취임 당시 초심을 되살려 주민을 위한 행정을 펼치겠다는 다짐이 눈길을 끈다. 불과 몇 년…2020-07-09 19:23

광주지역 기초의회 후반기 의장 선출 과정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소속 의원들 간 자리다툼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원이 다수인 광주 기초의회는 소수 정당 의원들을 배제한 ‘짬짜미’, ‘나눠먹기식 배분’ 등으로 ‘다수당 횡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구의회는 경선으로, 서구의회는 의원 총회, 남·북구의회는 추대, 광산구는 경선 방식으로 각각 후반기 의장 선거가 치러지고 있다. 경선으로 치러진 의회는 소신 투표로 박빙의 상황을 연출하는가 하면, 타 당과 연대해 의장으로 선출된 의원은…2020-07-06 19:37

209만원. 노동계가 제시한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을 하루 8시간, 주 5일의 월 근로시간 209시간(주휴시간 35시간 포함)을 월급으로 나타낸 금액이다. 한주 근무시간으로 계산하면 48만원이 된다. 올해도 법정 시한을 넘겼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본격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노동계가 올해보다 16.4% 높은 1만원을, 경영계가 2.1% 낮은 8천410원을 최초 요구안으로 각각 제출했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노동의 대갗 최저임금과 월급이 오르는 것은 단연 반겨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2020-07-01 1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