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출근길이면 힘겹게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를 자주 목도(目睹)하곤 한다. 작달막한 체구와 남루한 옷, 검게 탄 얼굴에 골이 깊은 주름에서 노파가 살아온 삶의 역정과 힘든 현 처지가 역력하다. 얼핏 80세는 넘어 보였다. 할머니는 수레를 옆에 세우고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다. 청소차가 오기 전에 내다 팔 만한 물건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때 한 아주머니가 “할머니, 이제 그만 뒤지세요”라면서 골판지 뭉텅이를 건넸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곁눈질로 수레를 훔쳐보니 신문 조각·광고지·구겨진 헌 책 등이 흐트러져 있었…2011-08-30 00:00

선거시즌도 아닌데 정국이 시끄럽다. 내일로 다가온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얘기다. 지역 관점에서 보면 지난주 까지만 해도 조용히 결과만을 지켜볼 이슈였지만 지난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정책에 대한 투표가 신임투표로 바뀌면서 마치 대선 정국을 연상케 하고 있다. 오 시장이 투표율이 유효 기준인 33.3%를 밑돌아 주민투표 자체가 무효되거나, 개표 결과 과반수 찬성을 얻지 못하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투표에 대한 열…2011-08-23 00:00

예향 광주가 문학관을 짓고 있다. 문화수도라고 자랑하는 광주에 문학관하나 없다는 아쉬움이 컸는데, 뒤늦게나마 건립에 나섰다. 참 다행이다. 동구 운림동에 들어서는 ‘빛고을 문학관’은 국비와 시비 등 122억원을 들여 내년 12월안에 문을 열 예정이다. 현재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TF팀도 구성했으며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중이다. 내년 초 건축공사에 들어가 해가 가기 전에 완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문학관에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 여름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문학관을 만나면서 문향(文香)에 취했다. 2박…2011-08-16 00:00

올 여름 휴가철 때아닌 누드열풍이 불고 있다. 광주·전남을 넘어 전국 언론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킬만큼 뉴스거리로 기초자치단체인 장흥의 작은 산림욕장에 포커스를 맞췄다. 일명 ‘누드 산림욕장’(공식 명칭 비비 에코토피아)으로 불리는 산림테라피(치유=therapy)다. 개장과 함께 거의 동시에 열린 물축제는 ‘누드 산림욕장’의 홍보효과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91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 대박을 터트렸다. 누드 산림욕은 풍욕의 개념으로 편백나무가 쏟아내는 피톤치드로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을 치유하는 행위다. ‘누드’라…2011-08-09 00:00

국토해양부는 25일 보금자리주택지구 소재 시·군·구에서 건설되는 재개발·재건축 등 재정비 사업의 임대주택 건립의무비율을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고 밝혔다. 빠르면 다음달 국회에서 도시재정비촉진특별법,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임대주택 의무건립비율을 하향 하려는 것은 최근 수도권지역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된 인근 아파트 값이 떨어져 재건축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정부의 생각은 보금자리주택지구에는 임대아파트가 들…2011-07-26 00:00

한국인의 주식(主食)은 밥이다. 중국이나 일본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도 밥을 먹고 있지만 우리처럼 매일 세끼 밥을 주식으로 먹지는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밥 먹었어?’ 라는 말은 곧 ‘식사했어?’ 라는 의미로 통한다. 이같은 우리의 밥 문화는 역사적으로 삼국시대부터 시작됐다. 그때부터 우리 민족은 조, 수수, 콩, 보리 등 곡식으로 밥을 해 먹었다. 이후 식생활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면서 다양한 먹을거리가 생기고, 음식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지만 현재도 여전히 밥이 주식이다. 그러나 밥은 많은 잔반(殘…2011-07-19 00:00

기자는 최근 중국 장가계를 다녀왔다. 하늘을 찌를 듯이 웅장한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장가계는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기에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는 곳이다. 사시사철 몰려드는 한국인 때문에 먹고 살고 있다는 그곳은 여전히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명소마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자연이 빚어낸 웅장한 풍광은 이틀이 지나자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게 그것 같고 또 이게 이것 같았다. 하지만 단 하나, 돌아온 뒤에도 뇌리에 각인된 것이 있는데, 바로 ‘천문호선(天門狐仙)’이라는 산수뮤지컬이다. 야…2011-07-12 00:00

지난달 중순 광주시의회에서는 지역선도 우수의료기관 발굴 육성 사업 관련 1억원의 예산편성을 싸고 논란이 벌어졌다. 광주시가 이 예산으로 우수병원과 지역의술을 소개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등을 지원하기로 하자 일부 지역의료단체들이 “의료민영화, 의료관광 추진을 중단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 단체는 지역내 유명병원이 외국인환자 유치에 매달리면 시민건강 돌보기를 소홀히 해 의료소외라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주장이다. 의료의 공공성 측면에서 일리있는 주장이다. 오랫동안 의료는 국민의 복지측면에서 정부차…2011-07-05 00:00

전남의 미래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큰 기대를 모왔던 F1(포뮬러원) 국제자동차 경주대회가 논란이다. 올 F1대회가 1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일부에서는 당장 그만둬야 한다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범도민 F1중단대책위’는 도의회 등에서 연좌농성을 했고, 일부 전남도의원들도 “첫 단추부터 잘못됐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최 중단 요구가 비등하자 전남지역 일선 자치단체장들과 일부 지역민을 중심으로 찬성 입장 성명이 발표되는 등 F1 때문에 지역 여론도 갈리고 있다. 그나마 올 F1대회 관련 추가경…2011-06-21 00:00

MICE산업이 지방의 신성장동력으로 뜨고 있다. Meeting(회의), Incentive Travel(포상여행), Convention(컨벤션), Exhibition(전시회)을 모두 아우르는 MICE가 ‘굴뚝 없는 황금산업’으로 불리면서 각 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고 있다. MICE산업이 기본 인프라만 잘 갖춰놓으면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에 전략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MICE산업에 대한 광주·전남의 움직임은 왠지 좀 미온적이다. 광주와 전남이 MICE산업에 적극…2011-06-14 00:00

우리는 흔히 국가 또는 지방 공공단체의 사무를 맡아보는 사람을 두고 공직자 또는 공무원이라고 부른다. 공직자는 국민의 공복(公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가로부터 녹봉을 받으면서 맡은바 소임을 다하는 사람이다. 국민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직자의 사심 없는 노력이 절대 필요하다. 올바른 공직자는 기강이 바로 서고, 공과 사를 분명히 하는 정신자세를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요즈음 신문 제작을 하노라면 공직자의 부정부패와 비리가 하루도 거르지 않아 마치 비리에 얼룩…2011-06-07 00:00

지난주 5월 24, 25일은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길이 기억될만한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고, 이어 다음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결정문에 서명날인하고 데비비드슨 헵번 의장이 승인, 조지 스프링거 담당관이 공식발표했다. 이는 통상 등재권고결정의 행정절차가 2~3개월 걸리는 관행을 벗어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5·18민주화운동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그동안 오월정신…2011-05-31 00:00

아담이 밭을 갈고 이브가 길쌈을 할 때도 이기(利己)가 존재했을까. 자동차 엔진의 핵심 부품인 피스톤링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유성기업 노조의 파업으로 기아차 광주공장의 생산 차질은 물로, 국내 완성차 업체 생산라인이 전면 중단위기에 놓였다. 유성기업 노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놓고 갈등을 빚다 노조의 파업과 회사의 직장폐쇄로 생산이 중단됐다. 이 영향으로 자동차 회사의 주식은 큰 타격을 입었다. 23일 오후 1시38분 현재 현대차는 전날보다 4.15%p가, 기아차는 4.14%p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2011-05-24 00:00

농촌문제는 늘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를 거쳐 디지털사회로 전환되면서 농촌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생산성, 국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품질, 심각한 고령화로 인한 농촌사회의 경직성, 농촌 내부의 빈부 차이 등 문제도 다양하다. 정부도 이같은 심각성을 감안, 그동안 수십조원을 쏟아 부었지만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농업의 특수성도 있지만 지원이 다분히 대증요법적인데다 사업의 투자효과에 대한 평가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갈수록 농업 환경이 더…2011-05-10 00:00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자치단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인센티브를 제시하면서 유혹한다. 또 명분만 있다면 많은 비용을 들이고서라도 대규모 축제를 열고 있다. 이들 자치단체가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선 이유는 단 하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지역을 찾은 관광객이 떨어뜨리고 간 돈이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에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든 자치단체는 관광이벤트에 진력한다. 더구나 관광산업은 갈수록 그 규모가 커지기에 선점을 위한 …2011-05-0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