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철학에서는 기(氣)를 음양오행(陰陽五行)론으로 설명한다. 우주의 상(象)을 음양의 개념인 태양과 달, 낮과 밤, 남자와 여자 등 이원론적인 구조로 봤다. 또한 우주의 최소 단위를 음양이 나눠진 오행(五行)으로 분류해 木(나무), 火(불), 土(흙), 金(쇠), 水(물)의 다섯 가지로 봤다. 이런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천문학, 의학, 명리학 등이 발달된 것이다.

조선시대 말 이제마(李濟馬·1836-1900) 선생 또한 이러한 음양오해의 기본을 바탕으로 사상의학(四象醫學)을 탄생시켰는데, 그의 저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에 보면 타고난 음양오행의 기운으로 사상체질이 결정되고 사상체질로 인해 생긴 감정의 변화가 모든 병의 근원임을 밝히고 있다. 동의수세보원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호연의 기운은 간장, 폐, 비장, 신장에서 나오고 호연의 이치는 마음에서 나온다. 인의예지(仁義禮智)같은 사장의 기운을 넓혀서 채운다면 호연의 기운은 여기에서 나올 것이요, 비박하고 탐나한 마음의 욕심을 분명하게 가려낸다면 호연의 이치는 여기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는 오행의 기운이 인체의 기로 적용돼 감정을 만들고 그 감정의 조절이 중요함을 말해주고 있다. 오행의 기운이 감정에 작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목(木)의 기운이 감정으로 표현될 때는 기뻐하는 기운은 내려가고 노여워하는 기운은 위로 상승한다. 화(火)의 기운은 열정적인 기운은 위로 상승하고 소극적인 기운은 내려간다. 토(土)의 기운은 즐거워하는 기운은 밑으로 내려가고 불안한 기운은 상승한다. 금(金)의 기운은 슬퍼하는 기운은 곧게 오르고 담담한 기운은 내려간다. 수(水)의 기운은 안정된 기운은 내려가고 산만한 기운은 상승한다.

이러한 오행의 조화가 감정과 구체적으로 연결돼 신체의 작용으로 나타난다. 타고난 음양오행을 연구한 것이 한의학이고 명리학이다. 그래서 많은 한의학자들이 명리학에도 조예가 깊다. 또한 운명을 연구하는 명리학자들이 한 사람의 명(命)을 감정할 때 항상 건강을 같이 연관해 설명해주는 경우도 많다. 건강이 곧 감정이고 감정은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감정이란 두뇌나 어느 특정 부위가 담당하는 영역이 아니다. 인체의 모든 오장육부와 연결돼 발현되는 것이다. 기분이 좋다는 것은 오장육부의 상태가 좋다는 것을 뜻한다. 기분이 나쁠 때는 오장육부의 상태가 나쁜 상태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명을 다스리고 싶다면 감정을 다스려야하고 감정을 다스리려면 우선 건강부터 챙겨야하는 것이다.

▶ 디지털 뉴스 콘텐츠 이용규칙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