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태 전남대 교수

한국사회는 부동산 정책실패와 지속적인 소득 양극화, 그리고 코로나19의 K-방역과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용, 학력, 업종, 성별 등에서 극심한 격차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또한 부품·소재 등 산업 경쟁력 약화, 한반도 불안정, 백신의 생산능력 부재에 직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이 7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제3지대에서도 상당수의 후보들이 대선을 향해 뛰고 있다. 대선 후보나 경선 후보들은 한국의 진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바꾸어야 할 것이고 헤매고 있다면 빠져나올 수 있는 대국면의 전환을 화두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런 방향 전환이 없으면 정치적, 경제적 상황이 더욱 악화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후보들은 유권자에게 개혁의 어젠다를 제시하기보다는 각 캠프 진영에서 다투어 막말, 의혹 제기, 네거티브 등을 쏟아내고 있다. 말 그대로 상대방을 시샘하고 부족함을 부각하면서 자신만이 대통령의 자격이 있다고 홍보하는 ‘질투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대선 후보나 경선후보들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모방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하기 전에 먼저 개혁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말을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과는 다르게 괴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것은 현 정부의 요직에 기용된 고위공직자들이 현 정권의 핍박으로 검찰권과 감사권이 무너져 정책의 실패로 인한 국민들의 고달프고 불행한 삶을 회복시켜 올바른 국가를 세우겠다는 출마의 변을 던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국익과 국민을 위한 평소의 고민보다는 삶의 현장을 누비면서 내뱉은 주 102시간 노동과 대구 민란, 부정식품 논란, 후쿠시마 원전 논란, 그리고 국민의 삶과 정부역할 등의 언행과 실언이 앞서 국민의 행복과 국제사회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현 정권에 대한 울분만을 토하는 모양새로 유권자들은 인식하고 있다. 지금은 대다수 국민들의 삶 그 자체가 생존이다. 그들은 현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비판하면서 국민의 후보 지지율을 토대로 새정치의 기치도 세워보지도 못하고 그동안 야당이 지켜 온 지지층에 무임승차했다.

정치는 국토의 수호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 경제적 풍요, 그리고 복지와 의료 기회 제공의 사회 안정 등의 구체적인 과제로 국민의 삶과 직결된다. 이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런 점에서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경선 후보들이 내건 국민적 호소가 너무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한 후보들이 감성적인 셀프 디스하는 전략으로 자신의 잘못이나 약점을 희화시키거나 물 타기로 검증을 피하려는 행위는 유권자들을 자신의 팬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차라리 후보들이 리더십을 갖춘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왔으면 한다.

지금이라도 여야 대선 경선 후보들은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제반 문제의 정치개혁과 경제개혁을 통한 격차가 줄어드는 공동체 사회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개혁은 권력과 감시로부터 모든 국민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하고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는 것이다. 우선 대통령제에서 미국의 러닝메이트와는 다르게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도록 대통령과 부통령을 직선제로 각각 선출하는 제도이다. 우리는 이미 경험했던 1952년, 1956년 정·부통령선거에서 직선제로 함태영(무소속), 장면(민주당) 부통령을 선출했다. 제1공화국 당시 국민들은 서로 다른 정당의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선출해 적절하게 견제하고 부재시 권력의 계승에서도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그리고 지금도 지사직 사퇴, 임명직 공직자의 선거 출마 제한 등의 공방으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공직자의 선거 출마 사퇴 시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모든 선출직과 임명직 공직자들의 선거 출마 자유와 공직자 권한을 제한하는 상충적 관계를 고려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것이다. 또한 상당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 직접민주주의 실현은 어렵게 되고 당선자의 낮은 득표율은 정권의 정당성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일부 선진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과반수 획득의 결선투표 도입을 고려할 시점이다.

특히 소득의 양극화는 대부분의 소득이 하위계층에서 최상위계층으로 이전하는 지대에서 창출되고 최상위계층에게 유리한 제도에서 얻어진다. 이런 부동산 지대는 실거래 가격과 공시가격의 이중가격을 지닌 부동산 시장을 심각하게 왜곡시켜 경제의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소득분배도 악화시켜 사회를 분열시킨다. 경제개혁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고 국민들의 기초소비와 복지를 아우르는 보편적 삶을 보장하는 소득시스템 도입을 고민하고 시장왜곡과 일탈의 경제·금융 시스템과 부동산시장을 개혁하고 최고 경영자의 기업자산 횡령과 정경유착의 폐단을 막는 것이다. 이것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Stiglitz)가 ‘불평등의 대가(The Price of Inequality)’에서 “시장이 시장답게, 경쟁을 강화하고 착취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시장의 과도한 방종을 완화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이것은 정권재창출도 정권교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의 주장처럼 정치와 경제개혁을 통해서 대다수 서민들에게 충분하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효율성과 공정성, 기회의 공동체 사회’로 이끌 수 있는 대선 후보를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유권자의 의무이며 승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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