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易經)에서는 괘상(卦象)을 내어 해석을 한다. 여기서 괘(卦)는 걸 괘 이다. 옷을 옷걸이에 걸 듯이 내가 알고자하는 미래와 현재의 상황을 주역이라는 역이라는 학문에 걸어서 해석을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판사의 판결이나 의사의 진단과 유사하다. 판결이란 어떤 사건을 법에 맞춰 해석하는 것이고 진단은 아픈 증상을 의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병을 확인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주역괘상도 이와 유사하게 동양철학의 정수인 역경에 근거하여 구체적 상황을 맞춰 보고 해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유명인들도 이 주역괘를 활용하는 사례가 많이 기록되어 있다.

임진왜란을 예견하여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던 율곡 이이 선생 또한 주역괘상에 정통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 10년 안에 큰 전란(戰亂)이 발생한다고 선조에게 간절히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지만 이 청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에 율곡은 한탄하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가 임금을 위해 한 일은 화석정(花石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기름 젖은 걸레로 정자 마루를 닦는 것이었다. 왜란이 일어나면 선조가 피난을 가게 될 터이고 그 상황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임진왜란이 터지자 선조는 피난을 가게 되었고 어가(御駕)가 몽진(蒙塵)차 임진 나루에 도착하였다. 날은 궂고 밤이 되자 지척을 분별할 수 없었다. 이때 대신 중 한 사람이 율곡이 남긴 유언을 기억하고는 봉서(封書)에 담긴 “화석정에 불을 지르라”는 내용을 선조에게 전달했다. 비가 내리는 험한 날씨라서 불이 붙지 않았고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름칠이 된 화석정에는 불이 붙었고 이로써 나루 근처가 대낮같이 밝아서 선조 일행이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고 한다.

성웅(聖雄) 이순신 장군도 난중일기에 보면 절체 절명한 순간에 주역괘를 내어서 병법에 활용하는 기록이 여러 번 나온다.

역경(易經)을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은 학문적인 통계학으로 보지 않고 100% 맞히지 못하면 신통력이 없다는 점(占)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판사가 판단을 잘못해서 재심을 해서 진실을 가리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유명한 의사가 오진을 해서 의료사고는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암전문의가 암을 진단하고 암을 수술한다고 해서 생존율이 100%가 될 수 있는가. 법의 전문가이기에 법률가이고 의료의 전문가이기에 의료전문인이다. 역경(易經)이 학문 중에 왕이라는 제왕학(帝王學)이라고 일컬어진 것은 그만큼 수천년간 내려온 학문적인 원리와 임상의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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